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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중국서 떠들썩 ‘술 취한 코끼리’… 알고보니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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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차밭에 누워 있는 코끼리들. 코로나로 사람들이 사회적 격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코끼리들이 중국 윈난성의 한 마을에 침입해 곡주 30㎏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이라고 인터넷에 퍼졌지만 가짜 뉴스로 확인됐다.


지난 3월부터 인터넷에선 코끼리 두 마리가 차(茶) 밭에 누워 있는 사진이 ‘농가에서 술을 훔쳐 먹고 취한 코끼리’라는 제목으로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는 이 사진이 지난 3월 11일 중국 윈난성 멩하이현에 아시아 코끼리 열네 마리가 곡식을 약탈하는 모습이라고 알려졌다. 코끼리들이 곡주 30㎏을 마시고 만취해 근처 차 밭에 쓰러져 잠들었다는 것이다. 사진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랐으며, 중국 관영 신화통신까지 기사로 보도했다.

하지만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 9일 "술 취한 코끼리 사진은 가짜"라고 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코끼리 보호를 위해 만든 문서에 첨부된 사진이 느닷없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 농가를 급습한 술 취한 코끼리 사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코끼리가 농가를 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술을 마시고 취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멩하이현의 관리도 신화통신에 말했다.

코끼리가 농가에서 술을 훔쳐 먹고 만취했다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자 코끼리가 원래 술을 즐긴다는 말까지 같이 회자했다. 과학자들은 코끼리가 술을 좋아한다는 것도 가짜 뉴스라고 말한다.

코끼리의 알코올 중독에 대한 얘기는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영국 브리스톨대의 스티브 모리스 교수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몸무게가 3t이나 되는 아프리카코끼리가 술에 취하려면 평소 식사량의 400배나 되는 마룰라 열매를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코끼리는 술을 가까이하지 않는 동물이다. 캐나다 캘거리대의 아만다 멜린 교수는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코끼리와 고래는 선천적으로 술에 약하다”고 밝혔다. 술은 덩치로 마시는 게 아닌 셈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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