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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무소불위’ 홍콩 보안법…발효 첫날 ‘독립’ 깃발 가졌다고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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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시위하면 ‘체제전복’ 혐의

‘광복홍콩’ 구호는 ‘분리독립’

출근길 교통방해는 ‘테러행위’

영·미 깃발 들면 ‘외세결탁’

‘재범 없다’ 확신 없을땐 ‘보석 금지’

‘배당’ ‘비공개 재판’ 행정장관 결정

중 국가안보국, 수사권도 가져

홍콩인, 중국 본토서 재판받을듯

미 의회, 홍콩 난민지위법 발의

유럽연합 등 27개국 폐지 촉구


한겨레

홍콩 반환 23주년을 맞은 1일 오후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한 홍콩 보안법에 항의해 시위를 하던 남성을 홍콩 경찰이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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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첫 체포가 이뤄지기까지 1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3년 홍콩 정부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대해 시작된 연례 ‘7·1 시위’는 더욱 강력해진 보안법 발효와 함께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지됐다. 그럼에도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서 ‘보안법 반대’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환까지 동원해 강제 진압에 나섰다.

홍콩 경찰은 1일 오후 1시38분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독립’ 깃발을 갖고 있던 한 남성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법 발효 이후 첫 체포 사례”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보안법 위반 혐의자 7명을 포함해 모두 180여명을 체포했다.

홍콩 보안법은 중국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1일)을 불과 1시간 남겨둔 전날 밤 11시께 발효됐다. 홍콩 보안법 전문도 발효 시점에야 공개됐다.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홍콩 보안법’은 총칙 등 모두 6개장, 66개조, 9800자로 이뤄졌다. 국가안보를 해치는 이른바 ‘4대 범죄’ 행위는 △분리독립 △체제전복 △테러행위 △외세결탁 등으로 규정됐다. 이들 행위를 ‘폭력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가담, 모의 또는 실행’을 주도하면 최저 징역 10년에서 종신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단순 가담자도 최고 징역 3년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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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프리프레스>는 30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정국에서 벌어진 시위 양상은 고스란히 보안법 위반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입법회 점거 시위 등은 ‘체제전복’에, 광복홍콩·시대혁명 구호는 ‘분리독립’에 해당한다. 실제 이날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구호와 깃발이 보안법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고 적힌 보라색 새로운 경고 깃발을 들어 보였다. 출근길 교통방해 시위는 ‘테러행위’로, 영국·미국 국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는 건 ‘외세결탁’으로 규정됐다.

보안법 위반 사건 혐의자에 대해선 재판부가 ‘재범 우려가 현저히 낮다고 확신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경우 보석이 금지(42조)된다. 보안법 사건 재판부 배당도 법원이 아닌 행정장관의 권한(44조)으로 명시돼 있다. 국가기밀 보호와 공공질서 유지에 필요한 때는 비공개 재판이 가능(41조)한데, 재판부가 아닌 행정장관이 이를 결정(47조)하게 된다.

핵심은 신설되는 홍콩 주재 중앙정부 국가안보국(NSO)이다. 안보국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것은 물론 국가안보 사건을 ‘처리’(48조)하는 등 수사권도 부여돼 있다. 안보국의 수사권 행사는 △외국·외세 개입으로 홍콩 정부의 사법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때 △심각한 상황 발생으로 홍콩 정부가 법 집행을 못할 때 △주요하고 임박한 국가안보 위협 사태가 벌어졌을 때 등 ‘3개 항목’(55조)이 특정돼 있다. 이런 때는 △안보국 수사 △최고인민검찰원 기소 △최고인민법원 재판부 배당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어, 홍콩인이 중국 본토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안보국 요원은 “업무와 관련해 홍콩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60조)는 규정과 “홍콩 정부는 이들의 활동에 협조하고 업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61조)는 규정이 있다. 사실상 안보국에 면책특권을 부여한 셈이다. 안보국은 홍콩 주재 외국 정부 기관, 국제기구, 외국계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54조)는 규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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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왼쪽 둘째)이 1일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 국기게양식에 참석해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뤄후이닝(맨 왼쪽) 주임과 건배하고 있다. 렁춘잉(왼쪽 셋째), 둥젠화(왼쪽 넷째) 전 홍콩 행정장관도 함께 참석했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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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국 외에 홍콩 정부 내에 안보 관련 각료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가안보수호위원회가 신설된다. 행정장관이 위원장을 맡게 되지만, 행정장관의 제청으로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사무처장이 위원회 업무를 대행(13조)한다. 위원회의 결정 사항에 대해선 법적 다툼이 허용되지 않으며, 위원회의 활동과 예산은 입법회의 감사 대상에서 제외(14조)된다. 또 중앙정부가 국가안전사무고문을 임명해 위원회 활동에 대한 ‘조언’(15조)을 하도록 했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위원회를 직접 관장하는 구조란 뜻이다.

홍콩 경찰에도 국가안보 전담 부서가 신설(16조)된다. 이 부서에는 기존 경찰권에 더해 압수·수색·압류·감청 등 비공개 수사권한과 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국외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43조)이 부여된다. 이밖에 보안법과 홍콩법이 충돌할 때는 보안법이 우선(62조)하며, 보안법 규정 해석에 대한 최종 권한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있다(65조)고 명시돼 있다.

국제사회는 압박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0일 홍콩 보안법 시행에 맞서 “계속 강력한 대응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의회는 홍콩 보안법으로 탄압 위험에 처한 홍콩 주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주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 등 27개국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쪽에 홍콩 보안법 폐지를 거듭 촉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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