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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나 그런말 안했어요" 조슈아 웡도 몸 사린다, 홍콩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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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이후 홍콩 민주진영 급속 위축

공공도서관에선 조슈아 웡 저서도 대출 안돼

조선일보

지난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하던 남성을 홍콩 경찰이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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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1일 시행된 이후 홍콩의 민주 진영이 움츠러들고 있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 인사 조슈아 웡(24)은 독일 일간 빌트에 실린 자신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공개 부인했다. 그는 3일 트위터에 “내가 독일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한 이 매체의 보도는 부정확하다”며 “나는 ‘불공정’이란 단어를 인터뷰에서 쓰지 않는다”고 했다. 웡이 문제 삼는 문구는 “독일 정부가 불공정한 홍콩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는 부분이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홍콩보안법의 ‘외세와 결탁하는 행위’로 규정돼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들은 “웡조차도 말조심에 나섰다”며 “홍콩보안법 위반 시 9월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한 웡은 수년간 수위 높은 반중 발언으로 언론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민주 단체들은 속속 해산하고 있다. 웡이 속했던 데모시스토당(香港衆志)은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인 지난달 30일 해산했다. 반중 단체 처벌 근거가 마련되면 당이 홍콩 내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데모시스토당뿐 아니라 홍콩 민주화 단체들인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 '국제사무대표단', '홍콩독립연맹', '빅토리아사회협회' 등도 해산을 발표했다. 웡과 함께 우산혁명에 앞장섰던 네이선 로(26) 데모시스토당 전 주석은 2일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해외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공영방송 RTHK는 자가 검열에 들어갔다. RTHK는 3일 트위터에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금지된 시위 구호를 소개하면서 ‘liberate(해방)’이란 단어를 별표로 가렸다. 양젠싱(楊健興) 홍콩기자협회장은 4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홍콩보안법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호랑이’”라며 “홍콩 기자들의 자기 검열이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콩 내 외국인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영 가디언은 3일(현지시각) 외국 매체의 홍콩 주재 기자들은 기사 작성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거나 아예 홍콩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보안법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글을 삭제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당국은 홍콩보안법을 적극 집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홍콩 경찰은 1일 시위 현장에서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10명의 침·머리카락 등을 통해 DNA 샘플을 채취했다. 홍콩 법규에 따르면 경찰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유죄 입증에 DNA 샘플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DNA 샘플 채취를 명령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는 살인, 성폭행 등 죄질이 중한 범죄자들에만 DNA 샘플 채취가 이뤄졌다.

현대판 ‘분서갱유’도 벌어졌다. 자유시보는 홍콩의 공공도서관에서 4일 오후부터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화 인사들의 저서 최소 9권이 대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웡의 ‘나는 영웅이 아니다’를 비롯해 홍콩 야당 의원 탄야 찬(陳淑莊)의 저서 ‘걸으며 먹으며 항쟁하며’, 홍콩 자치를 주장하는 학자 친완(陳雲)의 ‘홍콩연방론’ 등이 사라졌다. 웡은 “백색 테러 속에서 '분서’는 이미 벌어졌고, ‘갱유’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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