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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혼내고 못해준 것만 기억나..." 31년전 이춘재에 살해된 8세 딸 넋 달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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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희생자 위령 행사

조선일보

7일 오전 경기 화성시 한 근린공원에서 김용복씨가 31년전 이춘재에게 희생된 딸의 넋을 달래는 꽃을 바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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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모르고 지냈으니 얼마나 원통한지. 왜 감추어서 뼈 한점도 못 찾게 만들었는지….”

7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근린공원. 김용복(69)씨가 국화꽃 한다발을 가슴에 안고 31년전 딸이 이춘재(56)에게 살해된 곳을 찾아왔다. 7월 7일은 1989년 김씨의 딸 김모(당시 8세)양이 실종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양은 학교에서 돌아오다 이곳에서 이춘재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나 아버지 김씨는 딸의 생사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약 5개월만에 이곳에서 김양의 옷가지와 책가방은 물론 줄넘기 줄에 묶인 양손 뼈까지 발견됐지만 경찰이 은폐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하고 가족에게는 유류품이나 유해 발견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10건 이외에 김양 살해 사건을 포함해 4건의 범행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춘재에게 김양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일 이춘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살해사건도 포함시켰다.

김양은 이춘재가 살해한 여성 14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또 유일하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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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경찰이 근린공원 일대에서 김양의 유품 등을 찾아내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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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김양의 오빠와 함께 산비탈에 국화꽃 한 다발을 놓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시 김양 사건을 은폐한 경찰을 두고 “원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자기들이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쉬쉬했나” “(현장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 은폐한 놈이 더 나쁘다”라고 했다. 또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고 싶고,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춘재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등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폐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을 사체 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김양의 유족은 사건을 은폐·조작한 담당 경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난 3월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김씨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따라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며 “딸에게 잘 해준 것은 기억에 앖고 야단을 친 것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춘재를 보면 내가 죽더라도 같이 죽이고 싶다”라고도 했다.

이날 헌화 행사에는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 사건 수사팀과 피해자보호계 소속 직원 5명도 찾아 김양의 넋을 달랬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이 현장 일대에 연인원 1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942㎡를 9일간 수색했지만 김양의 유골은 발견하지 못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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