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팀닥터’가 꾸민 일… 나도 성추행 당해” 자필 진술서 공개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이달 초 국회에 출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왼쪽부터), 장모 선수, 김도환 선수의 모습. 연합뉴스 |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장모(여)선수가 자신이 “최대 피해자”라며 운동처방사 안주현씨를 유일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최 선수와 동료들이 나서 ‘처벌 1순위’로 장 선수를 꼽았으나 그 모든 것은 안씨가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주현 처방사가 최숙현 녹취 알고 꾸민 것…저희는 피해자”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이 22일 언론에 공개한 장 선수의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두 얼굴의 안주현 처방사에게 속았다”라며 자신과 김규봉 감독은 ‘피해자’라고 적었다. 그는 “2019년 뉴질랜드에서 안주현 선생이 (고 최숙현 선수를) 때리고도 김규봉 감독에게 ‘장 선수가 최숙현 선수를 괴롭혔다’라고 보고했다”며 “알고 보니 안주현 처방사는 최숙현 선수가 녹취한 느낌을 받은 뒤, 모든 정황을 ‘장 선수가 괴롭혀서 그랬다’고 꾸미고 있었다”고 했다.
장 선수는 되레 “최숙현 선수와는 잘 지냈다”며 “오히려 안주현 처방사와는 2018년 12월부터는 대화도 하지 않았다. 2019년 3월에 갑자기 안주현 처방사가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서 뺨을 때리고, 볼에 뽀뽀하고를 반복했다”고 자신의 피해를 주장했다. 이어 “안주현 처방사가 젊은 선수들에게 선물도 주고, 모바일 메신저로 ‘네가 참 좋아, 예뻐’라는 문제 되는 발언을 해서 감독에게 보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장 선수는 안씨가 자신의 혐의를 자신에게 덮어씌우려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안주현이 ‘네가 가해자 1번이다, 최숙현에게 녹취파일이 있으니 술을 먹이던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그 휴대폰을 바다 깊이 버려야 한다’고 시켰다”며 “본인은 때린 적도, 괴롭힌 적도 없어, 떳떳하고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 선수와 동료들은 폭행 가해자로 장 선수 지목
하지만 최 선수가 남긴 훈련 일지 등에는 장 선수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최 선수는 2016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장 선수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감독까지 나서 운동화로 최 선수의 얼굴을 내리치는 폭행도 있었다고 했다. 2017년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도 사이클 훈련 중 최 선수가 넘어지자 장 선수가 “정신을 차리지 않고 운동한다”고 심한 욕설을 했다고 했다. 최 선수는 검찰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도 “선수 생활 시작 이래 피고소인 장 선수는 선배라는 지위에서 고소인을 수년간 폭행과 모욕, 협박 등을 계속했다”고 했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도 장 선수를 ‘처벌 1순위’로 꼽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팀의 최고참인 주장선수(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다”고 토로했다.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장모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그러면서 이들은 “주장 선수가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며 “숙현이 언니가 팀 닥터(안씨)에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 한 것 같다’며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고 ‘도망갈까봐 달래줬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 선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장 선수가)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다”며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 피로골절로 인해 반 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 선수가 ‘꼴 보기 싫다’며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훈련장이나 창고에 숨어서 지내기도 했다”고 했다.
장 선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은 김 감독, 장 선수, 운동처방사 안씨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바 있다. 장 선수와 함께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도환 선수는 최 선수의 유족에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진심”이라고 사과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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