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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촉발한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 흑인 검사도 '경찰 불기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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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약속해 검사 됐지만, "법에 규정한 살인-과실치사 범죄 입증 못 한다"

"총 쏜 경찰이 무죄는 아냐" "다르게 행동했었으면, 피해자는 살았을 것"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낳았던, 2014년 8월 미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발생한 흑인 청소년에 대한 총격 피살 사건의 가해자인 백인 경찰에 대해 30일 카운티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퍼거슨 시가 속한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의 흑인 검사인 웨슬리 벨은 이날 “합리적인 의문을 넘어, 우리가 (경찰의) 범죄가 발생했다고 입증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노’”라고 불기소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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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흑인 청소년 살해 사건의 재수사를 약속하며 당선됐던 세인트 루이스의 검사 웨슬리 벨이 30일 "경찰관의 범죄를 입증할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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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9일, 고교를 갓 졸업한 18세의 흑인 남성 마이클 브라운은 주택가를 걷다가, 퍼거슨시의 경찰인 백인 대런 윌슨의 제지를 받아 몸싸움을 벌였고, 쫓기다가 경찰 윌슨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목격자들은 흑인 브라운이 두 손을 들었는데도, 백인 경찰 윌슨이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이 나자, 퍼거슨과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 전체에 막대한 파괴·방화 폭력 행위가 발생했고, 미 전역으로도 시위가 번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캠페인이 정식 발족했다. 그러나, 이후 대배심과 미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는 “경찰이 고의로 살해했다”는 목격자들 증언과는 달랐고, 경찰 윌슨은 결국 불기소됐다. 이후 윌슨은 경찰 직을 사임했다.

이날 카운티 검사인 웨슬리 벨의 똑 같은 ‘불기소’ 결정이 의미 있는 것은 흑인 검사인 벨이 이 사건의 재수사를 약속하며 카운티 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전 백인 검사가 진행한 브라운 사건에 대한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자, 미국내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흥분했다. 그 결과, 2년 전 흑인인 벨이 카운티 검사 선거에서 당선됐고, 퍼거슨 시는 올해 처음으로 흑인 시장을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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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의 마이클 브라운 사망 4주기를 맞아, 그의 형제들이 퍼거슨 시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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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벨 검사는 이날 “이 사건이 세인트루이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를 대표하지만, 검사로서의 간단한 질문은 ‘우리가 경찰 데런 윌슨이 미주리 법에 규정한 살인이나 과실치사 범죄를 저질렀는지 증명할 수 있느냐’였다”며 “여러 증거를 독립적이고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우리는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벨 검사는 그러면서도 “범죄를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경찰)윌슨이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며 “윌슨이 상황을 다르게 다뤘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랬다면 마이클 브라운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표에, 한 흑인 남성이 “다음번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에 질식돼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경찰폭력 규탄 시위에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캠페인은 주축을 이루며, 마이클 브라운은 시위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외치는 경찰 폭력 희생자 이름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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