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오만했다" "야당 복 끝났다"… 與대선주자·친문들까지 위기감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값폭등에 민심 폭발, 朴탄핵 이후 통합당에 지지율 처음 뒤져

부동산 정책 논란과 잇단 성추문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여당 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13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당 대표 후보와 대선 주자는 물론 친문 진영 내에서도 "우리가 오만했다" "국민의 경고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경기 침체, 집값 상승과 상대적 박탈감, 민주당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국민의 실망과 답답함이 쌓인 결과"라며 "기풍쇄신(氣風刷新)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에 대해선 "서울·부산시장의 잘못이 컸다. 전·월세에 대해 평론가처럼 얘기한 것도 집값으로 고통받는 국민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약 4년 만에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3.4%로 통합당(36.5%)에 뒤졌다. 야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이다.

이 후보와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김부겸 후보도 본지 통화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국민의 삶에 와 닿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성과물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한 국민의 실망과 뼈아픈 지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주민 후보도 "분명 우리 당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고 했다.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국민이) 부동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이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라고 했다. 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동안 누렸던 야당 복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여권에선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발(發) '고위 공직자 다주택' 논란도 최근의 여론 악화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김 전 수석이 대통령 주재 수보회의마저 빠져가며 불만 섞인 사퇴로 조직을 흔들어놨다"며 "벌써 통합당에서는 레임덕을 운운한다. 무례한 퇴장은 '결과적 배신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료가 '직(職)보다는 집'을 택한다는 말에 국민 감정이 크게 뒤틀린 결과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대표적 친문으로 꼽히는 홍익표 의원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주택 시장이 안정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발언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올라온 보고 내용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체감온도가 다른 것 같다"며 "굳이 이런 체감온도가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면) 논란은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감독 기구 설립 검토를 지시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이 먼저 말씀하시는 것보다는 국회가 논의해보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했다. 친조국 인사로 꼽히는 김남국 의원도 유튜브에서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에서 갭투자자나 다주택자를 너무 적으로 규정한 것 같다"며 "우리도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에는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값을 더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었다. 또 다른 친조국 성향 김용민 의원도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 역전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와 경고에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는 부동산 문제 외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갈등과 지난 4월 총선 이후 잇따른 성추문 등 여권의 도덕적 해이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론조사 회사 알앤써치 김미현 소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쌓인 데다 부동산 실정까지 겹치니 '민생이나 돌보라'는 여론이 커졌다"며 "통합당이 '좌클릭'을 시도하면서 중도층을 끌어안는 상황에서 여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서 정책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희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