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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포스트 아베'는 스가 요시히데?…후보군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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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베를 이을 것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병 악화로 28일 사의를 나타내면서 ‘포스트 아베’ 후보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아베의 사임 소식 이후 “신속히 총재 선거를 열어 새 총재를 뽑겠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여당 총재가 맡는 게 관례고, 총재는 여당 의원과 지방 당원이 함께 뽑는다. 긴급 시에는 양원(중의원·참의원) 총회로만 총재를 선출할 수 있는 규칙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당 대회를 열 경우 선거 고시부터 선출까지 최소 2주가 걸리지만, 의원 총회의 경우라면 단축될 수 있다. 자민당이 코로나 사태를 명목으로 양원 총회를 통해 총재를 선출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총재 선거에서 의원 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향후 당내 파벌간 합종연횡을 꾀하는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지난 26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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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최근 급부상한 스가 요시히데(菅偉) 내각 관방장관이다. 관방장관은 행정부 각 부처를 아우르며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자리다. 스가는 당내에 파벌이 없지만,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 때문에 중도 사임 정국을 수습할 적격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아베 총리의 측근 인사들로부터 견제를 받아 관계가 소원해졌으나 최근 회복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엔 주간지 슈칸분슌이 “아베 총리가 직을 내려놓고 자민당이 새 총재를 뽑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데, 총리가 유력 후계자로 여기는 인물이 스가 요시히데 장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97명)가 그를 지지한다면 무파벌 약점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

자민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니카이파(47명) 수장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연대도 눈에 띈다. 니카이는 28일 TBS 프로그램에서 스가에 대해 “총리로 지명되면 충분히 (일을) 맡을 수 있는 인재다”라고 평가했다. 스가와 니카이가 다음 달 지방 도시 발전을 논하는 의원 모임을 만든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가는 지난해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 레이와(令和)를 직접 발표하면서 ‘레이와 오지상(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조선일보

이시바, 기시다, 고노


아베의 ‘정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은 차기 총리 선호 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10% 포인트 차 이상으로 따돌리며 앞서 있지만, 자신의 파벌 인원이 19명에 그치는 등 자민당 내 기반이 취약해 이변을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총재 선출 과정에 대중 지지율이 직접 반영되지 않는 데다 아베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시바는 안 된다”고 할 만큼 반대하고 있어, 현재 파벌 구도만으로는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약점 때문에 그도 최근 들어 부쩍 타 파벌과 연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다케시타파(54명) 세력과 연대하기 위해 지난해 사망한 다케시타파 지도자 요시다 히로미 전 참의원 간사장의 묘를 찾고, 그의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니카이파를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에게는 다음달 파벌모임의 강연을 부탁해 승낙받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얼마 전까지 아베가 직접 후계자로 밀었던 인물이지만, 대중 지지율이 한 자릿수 대고 특별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도 이런 점 때문에 그 대신 스가 요시히데 장관에게 눈을 돌린 것이란 얘기가 일본 사회에서 나온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도 다크호스로 언급된다. 고노 방위상은 지난 6월 5000억엔(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육상 미사일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의 기술적 결함 등을 지적하며 배치를 중단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당내 여론이 악화했다는 약점은 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잘생긴 외모와 톡톡 튀는 언행 덕에 정치 아이돌이라 불린다. 지난해 10월 총리 선호도 조사 1위(니혼게이자이신문·20%)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이후 잇단 구설로 지지율은 다소 낮아졌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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