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일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자유민주당 본부에서 열린 연설회에 후보 3명이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회장. 자민당 총재 경선은 이날 시작됐고, 14일 당 소속 국회의원 등의 투표로 총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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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8일 막을 올렸다. 당선자는 다수당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취임해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 선출된다. 중·참의원 양원 총회 형태로 치르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70% 이상 확보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 관건은 스가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승리하느냐다. 스가 장관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다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내년 9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스가 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자민당 총재 후보 등록을 마쳤다. 스가는 이날 국회 근처 호텔에서 출정식을 열고 “코로나19·경제 대책, 이 국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격동의 시대에 자민당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말하겠다”고 했고, 이시바 전 간사장은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 해 이 싸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흙수저·무파벌’의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1948년 아키타(秋田)현에서 가난한 딸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의원 비서부터 시작해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1996년 48세에 중의원에 늦깎이로 당선됐다. 부친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다른 세습 정치인들과 다르다. 한때 다케시타파, 기시다파 등에 적을 두기도 했으나, 2009년 고가파를 탈퇴한 이후 파벌이 없다.
아베 총리와는 2002년 일본인 납치 문제 관련 대북 제재법안을 발의한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2006년 1차 내각에서 총무대신에 발탁된 이후 2차 내각에서 관방장관으로 일하며 아베 내각 최장기 집권에 공을 세웠다. 2016년 7월7일부터 역사상 최장 재임 관방장관을 기록하며 아베 총리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왔다.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 등 자민당 파벌 7곳 중 5곳이 이번 선거에서 스가를 밀어줬다. 양원총회 형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396표와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대표들의 141표를 합산해 치른다. 이미 국회의원표의 70%를 확보한 스가는 지방표에서도 ‘압승’이 목표라고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6일 차기 총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스가는 46%로 1위를 차지해 줄곧 1위를 달리던 이시바(33%)를 2위로 밀어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52%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올랐다. 자민당 지지율은 41%,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4%였다. 내일 총선을 치른다면 자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크다.
스가가 총재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에 나설 수도 있다. 다케시타파의 수장인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전 총무회장은 전날 “새 정부 출범 후 연내에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서 총리는 리더십 강화를 위해 중의원 해산 카드를 활용해왔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새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만 재임하는 ‘1년 임기’의 과도 총재다. 스가가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 1년을 채우는 ‘관리형 총리’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파벌에 빚진’ 스가가 집권 후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니카이파(47명)와 이시하라파(11명)와 나머지 파벌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스가 캠프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니카이파를 중용하면서 아베 총리가 속한 최다 파벌 호소다파(98명), 두번째로 큰 파벌 아소파(56명) 등이 견제한다는 것이다. 내각과 자민당 당직자 인선에서도 계파 갈등이 생길 조짐이 있다. 스가는 이날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내각을 구성할 때 “파벌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자세력이 약한 스가가 파벌들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무색무취하다는 평가와 ‘아베 복심’ 이미지도 스가에게는 걸림돌이다. ‘아베 유산’은 그에게 무기이지만 짐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 측근인 가와이 법무상의 금품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되더라도 한·일관계 교착상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한 관계의 기본은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정”이라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해왔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의 책임을 한국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도 여러번 했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서도 2일 “여당과 확실히 협의하면서 추진하겠다”면서 계승 의지를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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