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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가 4000억 투자한 회사 가보니, 웬 사우나·원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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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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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 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투자금 대부분이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남편인 윤석호(구속·변호사) 옵티머스 사내이사와 관련된 회사에 흘러간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옵티머스의 투자금이 흘러간 윤 변호사가 감사로 올라있는 회사는 주소가 사우나나 오피스텔 등으로 돼 있어 투자금을 숨기기 위한 ‘도관(導管) 회사’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옵티머스, 부동산 투자자문사에 4000여억 투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2053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한 ‘씨피엔에스’는 2019년 7월에 설립됐다. 업종은 부동산 투자자문업이다. 하지만 씨피엔에스가 주소로 두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건물 ‘601호’는 사우나로 파악됐다. 해당 사우나 관계자는 “6층은 601호로 편지를 받고 있으나 부동산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우나는 법인 주소를 옮기기 전에 형식적으로 등록해둔 곳이었던 것으로 안다. 곧 옮길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투자받은 회사 주소는 사우나나 오피스텔



옵티머스 투자금이 두 번째(2031억원)로 많이 들어간 ‘아트리파라다이스’ 역시 2019년 2월 만들어진 부동산 투자자문 업체다. 주소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이다.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전화번호는 경기도 지역 번호(031)가 아닌 서울 지역 번호(02)로 시작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여성 한 분이 들락날락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곳이 부동산 투자회사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이 건물 관리 직원은 “이 오피스텔은 회사 사무실이라고 해도 개인 거주용으로 쓰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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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편입자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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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가 투자한 회사 대표·감사는 동일인물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확정 매출채권 등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며 가입자한테 돈을 끌어모았다. 펀드 상품설명서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 같은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 7월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46개 펀드로 5151억원을 모아 5235억원 어치 자산에 투자했다고 장부에 올렸다. 이 가운데 투자금 대부분인 4765억원은 씨피엔에스(2053억원)·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라피크(402억원)·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옵티머스는 투자금 대부분을 확정 매출채권이 아닌 윤 변호사와 관련된 신생 회사에 투자한 셈이다.

이들 업체의 대표는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구속)씨다. 또 감사는 옵티머스 사내이사인 윤석호 변호사로 일치한다. 이들 회사는 사내이사 명단도 거의 비슷하다. 더구나 라피크와 대부디케이에이엠씨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김경율 "실제 투자 가능성은 1%도 없는 사기"



금융 전문가들은 씨피엔에스나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4개 업체가 실제 투자처가 아닌 돈을 빼돌리기 위한 통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정상이라면 설립 1년도 안 된 회사에 투자할 가능성은 1%도 없다. 설립 연한이 짧기 때문에 투자받기에 부적합한 회사”라며 “부동산 투자자문업도 그렇다. 자금 수요가 있는 업종이 아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왜 2000억원이 필요하냐. 이런 것을 종합하면 사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옵티머스는)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들에 투자한 것”이라며 “또 그 회사들은 다른 곳으로 돈을 빼돌리기 위한 ‘도관(통로)’ 같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 변호사 아내인 이모 변호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옵티머스 사태가 권력형 비리가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사태가 터진 지난 6월 청와대를 떠났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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