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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정부가 손 놓은 소녀상, 베를린 시민이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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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시 미테區, 철거명령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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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시민들이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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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중심부의 미테구청 앞에 교민과 독일인,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 등 모두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집회에서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린 ‘평화의 소녀상’을 그대로 존치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대는 소녀상에서 미테구청까지 30분가량을 행진했다. 이들은 독일어로 “베를린은 용기를 내라. 소녀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메디카몬디알레’라는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 문제이고 유엔에서도 인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미테구청 앞 집회 현장에는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이 예고 없이 참석했다. 그는 발언을 신청해 “소녀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상황을 잘 파악했다”며 “연방정부와 베를린시까지 참여하는 토론을 해서 일본 정부와 코리아협의회가 모두 만족할 합의점을 찾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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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 /프리츠 슈만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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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난 직후 미테구청은 보도 자료를 내고 “논란이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아들여 철거를 명령했다가, 독일 내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당분간 그대로 두기로 번복한 것이다. 미테구청 측은 이어 “법원이 (소녀상에 대한) 기본적 평가를 할 때까지 어떠한 다른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상을 설치한 현지 민간 단체인 코리아협의회가 철거 명령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전날 법원에 냈다는 점을 고려해 당장 철거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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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 앞에서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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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 명령에 대해 항의하는 교민과 현지인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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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의 허가를 얻어 지난달 28일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아흐레 만인 지난 7일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소녀상을 뜯어내겠다고 코리아협의회에 통보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독일 정부에 항의한 것을 비롯해 일본 측이 전방위 외교전을 벌인 결과였다. 그랬다가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해 독일 내에서 반발이 확산하자 베를린시와 미테구청 측이 부담을 느껴 방침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의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일제히 소녀상 철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민당 소속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부부도 소녀상 철거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소녀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는 14일 오후까지 6400여명이 서명했고, 그중 3분의 2가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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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폰 다셀 베를린 미테구청장/폰 다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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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한·일 간 합의점을 찾겠다며 방침을 정한 만큼 앞으로 치열한 외교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교부와 주(駐)독일 한국 대사관은 개입을 꺼리고 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면밀히 대응하고 있지만 어떤 대응을 하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민간 단체가 소녀상을 세운 만큼 정부에서 공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범구 주독 대사는 교체가 확정돼 귀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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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이 소녀상을 지켜보는 장면/프리츠 슈만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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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구청은 철거 명령을 내렸던 근거로 소녀상에 새겨진 비문(碑文)이 일본을 자극해 독일·일본 간 외교 관계를 해친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비문 내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소녀상 존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문에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성노예로 삼았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당분간 소녀상을 그 자리에 두기로 하더라도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점치기 어렵다. 소녀상은 1년 시한으로 설치 허가를 받았고, 매년 미테구청이 재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녀상과 관련해 “독일의 사법 절차에 따른 움직임을 지켜보고 싶다”며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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