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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서 사라졌던 ‘그랜마 웡’ “중국 본토에 1년 넘게 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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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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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알렉산드라 웡.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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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웡(64)은 홍콩 민주화 시위대 사이에서 ‘웡 할머니(Grandma Wong)’로 불린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추진에 맞서 지난해 6월 본격화된 민주화 시위 현장에 거의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 현장에서 영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여러차례 카메라에 포착됐다.하지만 지난해 8월11일 홍콩 타이쿠역 인근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에 의해 부상을 당한 후 시위 현장에서 자취를 감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년여 뒤 다시 홍콩에 나타나 자신이 그동안 중국 본토에 억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18일 AF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웡은 지난 17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여간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생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11일 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8월14일 자신의 집이 있는 중국 선전으로 가는 길에 접경지역인 황강 검문소에서 공안에 체포됐다. 홍콩에서 태어난 웡은 선전에 살면서 홍콩을 오가며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체포 이후 45일간 구금 상태에서 공안당국의 심문과 일종의 ‘사상교육’을 받았다. 공안당국은 홍콩 시위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물었으며, 그의 집도 수색했다. 웡은 심문 과정에서 공안이 자신에게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앞에 몇 시간씩 서 있을 것을 강요하고, 다시 시위에 참가하거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이른바 ‘애국 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5일 동안 산시지방을 돌아다니며 오성홍기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애국가를 부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웡은 그 후에야 선전에 있는 자신의 집에 머무르는 조건을 달아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당연히 홍콩으로는 갈 수 없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난 2일 그는 당국으로부터 홍콩으로 가도 좋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웡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선전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다”며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권위주의 체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당 소속의 람척팅 입법회 의원은 홍콩 정부에 웡이 억류된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람 의원은 “나는 웡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그가 신뢰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그가 겪은 일은 공산당이 반체제 인사들에게 가하는 전형적인 행동이고, 본토 당국이 홍콩에서의 사회 활동을 근거로 홍콩인을 억류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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