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美 대선 D-1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지역공항에서 유세하던 도중 지지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출발해 애리조나주 피닉스, 프레스콧, 투손을 거쳐 자정 무렵 워싱턴DC의 백악관에 복귀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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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 40분 (미 동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을 출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한 시간여 떨어진 애리조나주 피닉스 국제공항으로 갔다. 애리조나 북쪽에 있는 소도시 프레스콧으로 가는 작은 비행기로 갈아탄 그는 프레스콧 공항에 만들어진 유세장에서 70분간 유세했다.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코로나) 팬데믹, 팬데믹, 여러분도 아주 팬데믹이 지겨울 거다. CNN을 틀면 보도하는 건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뿐이다. 왜 그런지 아나? 모든 사람이 투표를 못 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그거 안 믿는다, CNN 멍청이들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쓰고 무대 아래 모여든 지지자들은 “4년 더!”를 외치며 환호했다.
유세 후 트럼프는 오후 5시 피닉스 공항으로 돌아와 전용기로 갈아타고 애리조나 남부 투손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54분간 유세를 마친 뒤 대통령 전용기는 워싱턴으로 향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15분이었다. 일흔네 살 트럼프가 이날 거친 공항은 5곳, 비행기로 움직인 직선거리는 4000㎞ 정도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여러 공항을 돌며 유세도 공항 주변에서 한 것이다. 전국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그는 막판 추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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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내가 그것(코로나)에 걸렸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수퍼맨’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며 “(코로나 이후의) 정상적인 삶은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또 “정상이 회복되면 내년에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경기가 좋은 해를 맞이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경제) 회복과 바이든의 불황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이날 종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 머물렀다. NBC 방송의 대담 프로그램 ‘60분’을 녹화하기 위해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 그는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선 토론 준비를 위해 이번 주 일정을 모두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이날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드라이브인 유세를 했다. 차량 90여대가 행사장을 찾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대선 전략의 차이는 무엇보다 트럼프가 ‘현장 유세’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도 트럼프는 10월 하순부터 하루 2~3곳을 돌며 유세했다. 대선 직전에는 하루에 네다섯 주를 방문했고, 결국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승리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코로나 치료가 끝나자마자 참모들에게 “대선 직전까지 매일 유세를 하겠다"고 했다.
효과도 있다. 트럼프가 유세를 재개한 지난 12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전국 지지율 평균에서 바이든(51.8%)이 트럼프(41.6%)를 10.2% 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인 이날 바이든(51.3%)과 트럼프(42.4%) 차이는 8.9%포인트로 줄었다.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 등 6대 경합주에서도 12일에는 바이든(49.4%)이 트럼프(44.5%)를 4.9%포인트 이기고 있었지만, 이날은 바이든(49.1%)과 트럼프(45.0%)의 차이가 4.1%포인트로 줄었다.
트럼프는 이날 선거캠프 참모들에게 “우리가 승리할 것이고 크게 승리할 것”이라며 “2~3주 전에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오늘 나는 2주 전보다 훨씬 신나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작년 6월 재선 도전을 선언한 이후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멜라니아 여사도 16개월 만에 유세 현장에 복귀해 20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참여하기로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9일 선거인단이 4명에 불과한 메인주에서 유세했다. 공화당의 메인주 대선 유세는 32년 만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코로나 대응을 잘못했다”고 비판해 온 바이든 측은 대규모 유세를 하려야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주로 공항에서 야외 유세를 하고 있지만,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지역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 집회를 금지한 곳도 많은데, 트럼프 측은 조직된 ‘유세(rally)’가 아닌 자발적 ‘시위(protest)’라고 주장해 규정을 비켜가거나 지역 정부의 벌금 부과를 감수해 왔다. 트럼프보다 많은 대선 자금을 모은 바이든은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대면 유세에 나서기보다, TV·온라인 광고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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