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유권자 정보 빼내 트럼프에 불리한 메일 보내”
존 랫클리프 미 국가정보국 국장.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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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 당국이 21일(현지 시각) 이란과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미 유권자 정보를 확보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선거일을 열흘여 앞둔 시점에서 처음으로 외국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이란과 중국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원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러시아가 각각 미국 유권자들의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외국 행위자들(이란·러시아)은 미 유권자 정보를 이용, 가짜 정보를 유포해 혼란을 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고자 고안된 가짜 이메일을 보낸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메일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최근 친(親)트럼프 우파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를 사칭해 플로리다·알래스카·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의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발송된 이메일을 지칭한 것이다. 해당 이메일에는 “당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 선거일에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네 뒤를 쫓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트럼프를 찍을 것을 강요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역으로 트럼프에게 악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어벤저스' 지지받은 해리스 - 카멀라 해리스(아랫줄 맨 왼쪽)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20일(현지 시각) 영화‘어벤저스궩 출연진 및 감독들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줌(Zoom)’을 통해 민주당 대선 기금 모금 행사를 열고 있다. 윗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어벤저스’시리즈 감독 루소 형제(앤서니 루소·조 루소), 폴 러드(앤트맨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역), 조이 살다나(가모라 역), 크리스 에번스(캡틴 아메리카 역), 돈 치들(워 머신 역), 마크 러펄로(헐크 역), 스칼릿 조핸슨(블랙위도우 역). /카멀라 해리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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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랫클리프 국장은 이 같은 판단의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진 않았다. 이날 긴급 회견은 이란이 향후 며칠 내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첩보를 정보 당국이 입수, 이란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가 이란과 같은 소행을 한 것을 포착하진 못했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2016년 대선 때처럼 일부 유권자의 정보를 획득한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랫클리프 국장의 회견에 반발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트위터를 통해 “랫클리프의 말을 듣지 말라. 그는 편파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랫클리프의 브리핑이) 선거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미국과 적대 관계인 국가들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돼 왔다. 앞서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 전직 정보기관 관료 50여명은 지난 19일 바이든 후보와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다룬 뉴욕포스트 기사에 대해 러시아에 의한 공작 가능성을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난달 러시아 군사정보국 해커들이 200개 이상의 미 정당·기관 네트워크와 6912개의 이메일 계정 해킹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4일 “중국은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는 국가 중 가장 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며 “중국·러시아·이란인 등 미 선거를 방해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든 엄청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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