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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반도체 비전을 꿈꾸던 선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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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건희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2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국내 경영계의 거목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 회장은 재임 중 많은 역사를 창조했으나, 특히 반도체에 있어 일찍이 선명한 로드맵을 남겨 특히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산업의 쌀이되어 전 산업 영역의 필수재가 되어가는 지금, 이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안목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중이다.

이코노믹리뷰

출처=뉴시스


삼성의 길, 반도체
삼성은 1938년 이병철 회장이 자본금 3만원으로 대구에서 상회를 일으키며 풍운의 일보를 내딛었다. 이후 극적인 변곡점을 오가며 부침을 거듭하다 현재의 이건희 회장에 이르러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이르렀다.

여기서 한 단계 뛰어 오르려면 '더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특히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건희 회장의 복안이었다. 여러 후보군이 부상하는 가운데, 반도체에 집중한 배경이다.

물론 어려운 길이었다. 특히 최첨단 기술의 총아인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려고 해도 각 국의 철벽방어가 너무 심해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이 회장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들은 일본 현지 공장에서 교육을 받은 후 숙소에 모여 기억을 총 동원해 자기들이 영역별로 외운 설계도면을 일일히 복기해 맞춰 설계도를 완성하는 눈물의 분투를 보여줬다. 교육은 가능했지만 설계도면과 같은 자료는 일본 공장에서 기밀로 취급돼 외부 반출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샤프에서 TV 기술을 배웠고, 도시바 한테는 반도체 기술력을 습득하며 조금씩 '굴기'를 시작했다.

달빛관광(일본의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초대해 단기파티를 열어주는 일)도 불사하며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이 회장 스스로도 열심히 달렸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1974년 파산 상태에 몰린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 중역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으나 전자왕국 일본을 중심으로 반도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전격적인 승부수였다.

이병철 창업주는 동양방송 이사인 이건희 회장에게 한국반도체 인수와 관련된 전권을 맡겼다. 이건희 회장과 반도체의 운명적인 만남이다. "왜 전도체(全導體)가 아니라 반도체(半導體)일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을 시기였다. 동양방송 비서실 직원들은 충무로에 있는 외국 서점으로 가 반도체라는 문구가 적힌 책을 모조리 구입했고 이 회장은 이를 정독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대학 강의실을 뒤져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설립하고 래리 앨리슨이 직원 두 명과 함께 단돈 1200달러로 전자 IT 산업의 밑그림을 그린 시절이었다. 30대 중반의 이건희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에게 당시 돈 500만원의 월급과 아파트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우대를 해주며 내실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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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선언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로드맵은 동경선언에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다. 실제로 1983년 2월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소위 '동경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건희 회장은 즉각 실제적인 액션플랜이 돌입한다.

극동의 작은나라에서 막 전자사업을 시작한 기업이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비야냥이 쏟아졌으나 굴하지 않았다. 1983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에는 64메가 D램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제는 파운드리까지 진격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논하지 않고는, 메모리 시장에 대한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 이면에는 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린 삼성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전격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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