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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단순 기업인을 넘어, 사회를 바라본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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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5일 오전 향년 78세로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걸출한 2세 경영인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상생과 동반성장을 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때는 1957년 1월, 민간 기업 최초로 공개 채용 제도를 도입해 27명의 사원을 채용한 삼성은 1995년 한국 기업사에 대변혁을 가져 온 또 하나의 중대 발표를 했다. 바로 "삼성 공채, 학력제한 폐지" "학력 위주에서 실력 위주로"라는 발표다. 지금도 국내 공채의 기준을 제시하는 삼성의 인사 변신이다.

"대학 졸업장과 관계없이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동일하게 주고 입사 후 승진, 승격에도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삼성의 입사 기준은 학력이 아니고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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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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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대졸 공채 대신 3급 신입사원 입사 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에 합격할 실력만 되면 대학 졸업장은 의미가 없는 것.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여성 분야에서 일어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과감히 없애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1987년 취임 초부터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은 여성들이 육아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일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하기도 했다. 최근 사내 워킹맘들을 찾아 이야기를 경청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이건희 회장은 상생에 대한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도 꼽힌다.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중소기업과 공존공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일이다. 삼성이 자체 생산하던 제품과 부품 중 중소기업으로 생산이전이 가능한 352개 품목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에 넘겨주기로 결정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신경영 선언 당시에도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대부분이 양산조립을 하고 있는데 이 업의 개념은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는 말로 상생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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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건희 회장은 삼성 계열사들에게 신뢰에 기반해 협력회사와 수평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으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서는 '거래처, 납품업체, 하청업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그 대신 '협력업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1996년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일갈했다. "협력업체는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신경영의 동반자입니다."

한편 이 회장은 강력한 스포츠 지원을 통한 기업의 스펙트럼 넓히기에도 주력했다.

시간을 돌려 2011년 7월 6일,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 현장. IOC 총회장에 올림픽 찬가가 울리고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 "평창"이라 소리치자 모두가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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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던 그 순간, 이건희 회장은 눈시울이 젖은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09년의 시작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선 이건희 회장은 1년 반 동안 170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IOC 위원들을 만났다. 저녁 약속을 했던 IOC 위원이 다른 일정이 늦어져 약속을 취소하겠다 했지만, 1시간 30분을 기다려 만나기도 했던 이 회장의 표정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를 단순히 경영인이 아닌 스포츠, 아니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힌 인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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