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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재용의 ‘뉴 삼성’ 숙제는? 상속세 문제 풀고 지배구조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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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이서현과의 계열분리도 관심

조선일보

2012년 11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이재용 사장이 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 날 행사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와 가족,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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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는 삼성그룹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승계 등 그룹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가진 계열사 지분이 어떻게 상속되는가에 따라서 그룹 재편의 그림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 부회장이 대부분을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이 부회장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해야 하는 다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재용 시대’, 상속세 문제 해결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난제 풀어야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어 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뉴삼성’ 전략을 통해 본인의 색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상속과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이 부회장은 지분 승계과정에서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편법 승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등이다. 삼성생명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다른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삼성물산 17.33%, 삼성SDS 9.20%, 삼성전자 0.70%이다. 아버지와 달리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의 대주주로 자격이 있는지 심사받아야 한다. 이 경우 지분을 승계받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물려받은 삼성생명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이 회장의 지분이 넘어가는 순간,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이다. 상속세원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하게 되면 오너 일가의 그룹 지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때 어떤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전체의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편법적 방식으로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있는 상태다. 또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도 26일부터 다시 시작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26일 재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지만, 상중이기 때문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 인사는 “이 부회장이 현재 2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룹회장 승진이나 지배구조개편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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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이건희 회장이 가족들과 미국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10'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 회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사진=삼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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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이서현과의 계열분리도 관심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경영권을 어떻게 나눌지도 관심사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삼남인 이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주면서도 장남인 고(故) 이맹희 회장에겐 CJ제일제당, 차남인 고 이창희 회장에겐 새한미디어, 장녀인 이인희 고문에겐 한솔그룹, 오녀인 이명희 회장에겐 신세계그룹을 물려줬다.

이 회장이 생전에 자녀들 간의 지분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큰 딸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작은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갖고 나가는 등의 계열분리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2018년 연말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됨에 따라 이같은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힘을 잃었다. 현재로선 이들이 당장 분리 독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오히려 지분 상속과 맞물려 계열사간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 전자와 물산, 생명 중심의 자율 경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바이오 관련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바이오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사업군을 중심으로 자율 경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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