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일본인들이 쓴 편지가 다쎌 청장에게 전달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인 130명은 청원사이트를 통해 이 서한에 서명했다.
연합뉴스가 30일 전달받은 서한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유럽의회 결의안과 유엔 인권위원회의 위안부 책임 인정 권고, 일본 내 역사 연구를 언급하며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바라는 (일본) 시민들이 있다. 독일에 사는 우리는 철거 통지를 보낸 미테구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미테구청이 비문의 내용을 트집 잡은 데 대해 “전시 및 무력 충돌 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현재도 계속 일어나고 있으나 이런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비문은 드물다”면서 “비문의 메시지는 베를린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문에 문제가 있다면 설치 측과 협의를 하는 게 베를린의 방식이 아니냐”라며 “일주일 안으로 철거를 일방 통보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강한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한은 나치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독일과,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는 일본을 비교하면서 철거 명령을 취소하고 공개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일본 측이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독일에서 치열한 로비를 계속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녀상을 감싼 독일 거주 일본인들의 서한은 소녀상 지키기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테구 녹색당 관계자는 서한을 주도한 일본인에게 최근 답신을 통해 “녹색당 지역 당원들과 회의에서 서한을 공유했다”면서 “지역의 우리 대표자들은 매우 진지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평화의 동상을 기리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측과 미테구청 측의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등 소녀상의 존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향후 협의 과정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쎌 청장은 녹색당 소속이다. 녹색당 내부의 이런 움직임은 다쎌 청장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현재 베를린의 소녀상은 철거 명령 보류 이후 미테 구청 측과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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