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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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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달 분화구에 액체 담아 초고성능 우주망원경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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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진 "지름 100m 분화구를 반사경으로 활용"
지름 2.4m 허블, 6.5m JWST보다 높은 성능 기대
2007년 NASA 프로젝트로 검토됐지만 한차례 무산

조선비즈

미 텍사스대 연구팀이 제안한 달 분화구 위의 ‘달 액체거울 망원경’ 상상도./텍사스대




달 분화구(크레이터)에 액체를 담아 신개념 우주망원경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학계에 제안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개발로 이어질 경우 사상 최고성능의 우주망원경이 탄생할 수 있다.

IT전문매체 씨넷(Cnet)은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이같은 아이디어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차기호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16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 2007년 미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NASA 프로젝트로 한차례 추진했지만 지원 계획이 무산됐던 걸 부활시킨 것이다. 두 연구팀에 따르면 달 극지방에 있는 100m 지름의 분화구 가장자리에 원통 모양의 벽을 설치하고, 그 안에 액체를 담으면 ‘달 액체거울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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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빛들을 한점(F)에 모을 수 있는 포물면의 원리(왼쪽)와 원통 속 액체를 회전시켜 포물면을 만드는 원리(오른쪽)./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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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 속에는 액체를 끊임없이 휘저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회전하는 액체는 수면을 포물면 형태로 유지한다. 특정한 곡률로 움푹 패인 포물면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들을 반사시켜 정확히 한점에 모을 수 있다. 액체 포물면이 100m 지름의 거대한 반사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빛 반사 특성이 높은 액체로 수은 등을, 망원경을 움직일 동력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의 장점은 기존 우주망원경 반사경으로는 그간 불가능했던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사경이 클수록 별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고, 지구로부터 더 먼 곳의 더 희미한 별을 관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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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발사될 제임스웹우주망원경./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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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상에서 만들어 우주공간에 쏘아올릴 수 있는 우주망원경 반사경의 지름은 수m 수준이다. 고르게 만들 수 있는 면적과 운반 기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중에는 중국 톈옌(天眼)처럼 500m 지름을 갖는 것도 있지만,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을 선명하게 관측을 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세계에서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우주망원경(HST)은 반사경 지름이 2.4m다. 지금까지 30년간의 관측을 통해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이라는 사실,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 우리은하 너머에도 수많은 별들로 이뤄진 딥필드(심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ASA가 내년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반사경 지름이 6.5m다. HST보다 2.7배 큰 반사경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낼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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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있는 조르다노 브루노 분화구./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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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보다 훨씬 큰 100m 지름의 반사경이 필요한 이유가 "‘최초의 별들(First Stars)’을 관측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관측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일수록 별빛 도달시간이 지연된다. 그 결과 더 먼 곳의 별은 더 먼 과거를 우리에게 보여주게 된다.

최초의 별은 지구에서 130억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움직일 수 있는 거리) 떨어진 별이다. 우주 탄생 초기인 130억년 전 과거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별빛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최초의 별은 과학자들이 이제껏 관측해온 어느 별보다도 희미하다. 연구팀은 "JWST로도 이 별의 관측은 불가능하다"며 "‘달 액체거울 망원경’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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