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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췌장 절단, 고통속에 숨진 16개월 입양아...검찰, 엄마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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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아기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하게 한 양모가 구속 기소됐다. 양부는 방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 아동은 췌장이 절단돼 복부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16개월 된 입양아를 지속적으로 학대하여 췌장절단 등 복부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전날 구속 기소하고, 피해자에 대한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양부를 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 A양은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복강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사망 당일 A양의 동영상, “쿵”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 범행 현장에는 양모 외 외부인 출입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양모가 A양의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우측 대퇴골 등 A양의 온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이 발견됐다. 등, 옆구리, 배, 다리 등 전신에 피하출혈도 있었다.

검찰은 “깊은 고민 없이 친딸과 터울이 적은 동성의 여아를 섣불리 입양하였으나, A양을 입양한 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피해자를 학대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EBS 캡처 숨진 16개월 학대 아기와 입양 가족이 함께 출연한 EBS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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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생후 16개월 된 여자아이가 실려왔다. 비쩍 마른 아이는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뼈가 깨져 있었으며, 배 속에선 내장이 터져 피가 고여 있었다. 아이는 몇 시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온 어머니 B(33)씨는 “아이가 아침에 소파에서 매트 깔린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다른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양은 올해 1월 B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입양 당시 B씨 부부에겐 네 살 된 친딸이 있었다. 입양 기관 관계자는 “그런데도 B씨 부부가 입양에 아주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B씨 부부는 범죄 전력도 없었고 알코올 등 약물 중독도 아니었다. 입양 기관의 가정 방문 조사에서도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A양에겐 목숨을 건질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허술한 법과 무능·무기력한 공권력은 이를 번번이 허망하게 날렸고, 비극은 벌어졌다.

학대 정황은 입양 후 얼마 되지 않아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은 5월이었다.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가 A양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내사에 나선 경찰에게 엄마 B씨는 “아이 오(O)다리를 교정해주기 위해 다리 마사지를 해줬다”고 변명했다. 경찰은 이를 믿고 내사를 종결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6월 B씨는 또다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양을 차 안에 혼자 내버려두고 3시간 넘게 밖에서 노는 B씨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지인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번에도 경찰은 B씨를 그냥 풀어줬다.

마지막 기회는 A양이 숨지기 한 달 전인 지난 9월 23일이었다. A양 어린이집 교사는 피부가 검게 변하고 앙상하게 말라가는 A양을 이상하게 여겨 부모 몰래 그를 소아과에 데려갔다. 당시 A양은 4개월 만에 체중이 1㎏ 줄어 있었다. A양을 진료한 의사는 ‘아이가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영양 상태가 나쁘다. 학대로 인한 영양실조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아이가 입안에 상처가 나 이유식을 제대로 못 먹었다”는 부모 측 해명을 받아들였다. A양이 숨진 뒤, 경찰은 뒤늦게 “3차례 신고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보호기관은 지난 9월 ‘아이 건강을 확인하겠다’며 가정 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부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방문 날짜를 10월 말로 미뤘다. 그 사이 A양은 숨졌다. 현행법상 양부모가 가정 방문을 피하거나 거부해도 이를 처벌하거나 강제로 아이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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