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0일 개최됐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측과 징계위 간 충돌이 계속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양측은 징계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 채 절차상 문제를 놓고 다퉜고, 이 과정에서 심의에 참여하는 징계위원은 전체 7명의 절반을 간신히 넘긴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윤 총장 해임 등 중징계 여부는 오는 15일 2차 심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10일 징계위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1동 7층 차관 회의실에서 윤 총장 징계위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판사 불법 사찰' 혐의 등을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를 추진했다.
징계위 최대 의제는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 신청이었다. 징계위원은 5명이 출석했는데 법무부·검찰 소속이 아닌 외부 징계위원장으로 변호사 출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외부 위원으로 안진 전남대 법전원 교수가 참석했다. 당연직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참석하고, 검사 징계위원으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출석했다. 윤 총장 측은 이 중 신 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다. 이들이 친여권 인사·검사들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징계위는 "기피신청권을 남용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다만 심 국장이 스스로 징계위 심의에서 빠지는 '회피' 결정을 내려 징계위원은 징계 의결이 가능한 마지노선인 4명이 됐다. 징계위는 이날 오후 8시 심의를 종료하며 15일 2차 심의를 예고했다.
2차 심의에선 이날 채택된 증인 신문을 포함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날 징계위는 윤 총장이 신청한 증인 7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특히 징계위는 심 국장을 증인으로 직권 채택했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판사 불법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데, 심 국장은 당시 이 문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이후 이를 감찰부에 넘겼다고 의심받고 있다.
[박윤예 기자 / 류영욱 기자]
檢과거사위 출신 위원장에 尹측 반발…6개쟁점 심의 시작도못해
결론못낸 尹징계위
징계위원 모두 '親정부' 성향
尹측 요청마다 번번이 기각
양측 신경전 벌이며 '충돌'
尹측 "기피 신청 당한 위원이
기각하는 것은 불공정" 비판
류혁·이성윤 등 8명 증인채택
15일 尹 징계여부 결론낼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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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서는 윤석열 총장 측의 기일 연기 신청, 기피 신청 등 요구를 징계위가 번번이 기각했다. 7시간 동안 진행된 징계위는 징계 여부를 논하는 본격 심사는 하지 못하고 증인 채택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증인 신문과 징계 수위를 결정할 토론 및 의결이 진행될 2차 심의는 오는 15일 열린다.
이날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징계위 심의 전까지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정회를 선언하고 윤 총장 측에 오후 2시까지 기피 신청을 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 측의 기일 변경 요구는 오후에도 계속됐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주요 감찰기록 열람 및 등사(복사)를 거부해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없고, 검토 시간도 부족해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징계위는 "감찰기록의 열람등사를 허가하지 않는 전례와 달리 많은 부분에 대한 열람을 허용했고, 전날 오후부터 등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열람을 허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 총장 변호인은 심의 종료 후 "오늘이 기일임에도 (법무부가) 어제 열람하라고 했는데, 반나절 동안 보고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열람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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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측은 이날 출석한 징계위원 5명 중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기도 했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징계위원은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외부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워졌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안진 전남대 법전원 교수가 외부 위원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2018년까지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법무부 탈검찰화' 정책을 통해 비검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하고 차관직에 올랐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도 친여권 성향 검사로 알려졌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기피신청권을 남용한다"는 취지로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이 기피 신청 인용 여부를 놓고 "기피 대상이 아닌 위원만이 인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심 국장은 '회피' 신청을 하고 스스로 징계위원에서 빠졌다.
심의 절차 녹음을 놓고도 양측이 충돌했다. 윤 총장 변호인은 심의 전체 과정에 대한 녹음을 요청했다. 징계위는 "증인들의 증언 시에만 녹음을 하기로 결정했고, 속기사가 전 과정을 녹취하고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증인과 징계위원들의 사생활 침해도 기각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윤 총장 측은 "비공개 징계위에서 녹음을 한다고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징계위는 절차상 문제에 대한 충돌이 이어지며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징계위는 향후 신문할 증인들을 채택한 후 오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심의를 속행한다고 밝혔다. 채택된 증인은 총 8명이다. 이 중 윤 총장 측이 신청한 증인 7명은 모두 채택됐다. 윤 총장 징계 추진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류혁 법무부 감찰관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전 대검 형사1과장)도 채택됐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이 '채널A 부적절 취재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과 정 차장검사는 당시 수사팀 지휘라인이었고, 박 부장검사는 대검에서 이 사건을 맡았다. 징계위 최대 현안인 '판사 불법 사찰'과 관련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도 증언한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주요 현안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사생활과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수사정보담당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이를 일선 부서에 배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건은 한 감찰부장이 법무부에 전달해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 간 사전 교감 의혹이 일었다. 이 검사는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파견돼 "'판사 불법 사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상부에 보고했으나 삭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총장 측 이석웅 변호사(왼쪽)와 이완규 변호사가 출석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5명 가운데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김호영 기자] |
징계위는 앞서 회피를 신청한 심 국장을 증인으로 직권 채택했다. 심 국장은 지난 2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재임하며 '판사 사찰 문건'을 보고받고 문제를 제기했다.
'판사 사찰 문건'의 향후 징계 수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징계 여부는 2차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심의 종료 후 취재진에게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며 "신속한 심의를 같이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윤예 기자 / 류영욱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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