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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김광일의 입] 윤석열만 빼면....다 손에 쥔 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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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아주 실감 나는 신문 제목이 있었다. 한국일보 1면 톱 제목이다. ‘윤석열만 빼면…다 손에 쥔 거여(巨與·거대 여당)’.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어제 공수처법이 불과 16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 정권이 봤을 때 마지막 걸림돌이던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여당이 지난 20년 동안 숙원 사업처럼 별러온 공수처가 12월 말 이전에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금 정국을 “히틀러 치하의 독일 같다”고 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자신의 안전만을 위한 정권 안보에 주력하며 무리수를 둘수록 민심 이반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윤석열 찍어내기 징계위원회가 어제부터 본격 가동됐다는 점이다. 다음 주 화요일 12월15일 재개하기로 했는데, 윤석열 변호인 측이 징계위원 4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으나 징계위는 “기피 신청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모두 기각했다. 절차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문과 방송은 마치 과천 법무부 청사를 중계하듯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해 드리고 있었으나 크게 보면 문 정권의 일관된 총장 축출 시나리오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저들은 문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막으려면 다른 모든 것이 필요 없고, 오로지 윤석열을 찍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몰려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주에 윤석열의 목을 베려고 할 것이다. 징계위원회가 시작된 어제 아침 많은 언론들이 ‘윤석열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라고 했으나 이것은 이번 사태의 한쪽만 본 것이고 전체적인 면을 빠뜨린 것이다. 왜냐하면 윤석열의 목이 베이는 순간, 정권의 운명도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칼은 윤석열의 목을 베는 순간 동시에 문 정권의 목을 찌르는 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라는 목엣 가시를 뺐다고 생각하는 순간 민심이반이라는 칼이 정권의 목을 겨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물어 본다. 징계위가 열리던 날은 윤석열에게 ‘운명의 날’이었습니까. 아니다. 그 날은 문 정권에게 ‘운명의 날’이었다고 훗날 역사가들은 기록할 것입니다. 징계위가 해임을 의결하고 문 대통령이 해임을 재가하면, ‘검사 윤석열’은 죽고, 대신 ‘정치인 윤석열’이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문 정권과 거대 여당은 원칙, 절차, 합의, 타협, 배려를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두고 보면 안다. 지금 정권은 “새해 벽두 공수처의 정식 출범을 기대한다”는 문 대통령의 속도전 지시에 따라 진용 갖추기를 서두른 다음,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윤석열을 잡아들이고 싶겠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면 윤석열 본인이 공수처장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고, 만약 윤석열이 대권을 잡는다면 윤석열이 임명하는 누군가가 공수처장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어제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그 핵심이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삭제한 것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는데, 그걸 없앤 것이다. 공수처는 많은 위헌 소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야당의 비토권이었다. 작년 말 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공수처법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얼굴을 180도 바꿨다. 유일한 정당성의 근거마저 지워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정권이 원하는 사람을 공수처장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이제 조국이나 추미애 같은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 검사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검찰 출신은 23명 공수처 검사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구실로서 민변 변호사들이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될 것이다. 현장을 뛰는 40명 수사관 자리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차지할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검찰을 찍어 누를 수 있는 ‘민변 검찰’이 생기는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은폐,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강제로 이첩 받아서 뭉개버릴지 모르는데, 그걸 막을 수가 없다. 한번 공수처 검사가 되면 9년까지 자리가 보장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민변 공수처 검사와 시민단체 출신 수사관은 그대로 남는다. 다음 정권이 문 정권의 비리 범죄를 다시 들춰내려고 해도 민변 공수처가 얼마든지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문 정권이 이토록 공수처 출범에 목을 맸던 이유일 것이다.

    어제 열린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원래 있었던 외부 징계위원 3명 가운데 한 명은 사퇴하고, 한 명은 불참했다. 문 정권과 추미애 법무부가 봤을 때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을 것이다. 아이구 징계위가 불편하셔서 나가시렵니까, 어서 가십시오, 그렇게 한 뒤에 자신들의 친 정권 사람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 측이 징계위원 5명 중에 4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는데, 이것을 전부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기피 대상으로 지목된 위원이 마치 품앗이 하듯 다른 기피 대상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기각해주었다. 대법원 판례도 무시한 행태였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감싸준 꼴이다. 윤 총장 측이 기피 신청을 하자, 그중 한 명은 회피한다며 빠져나갔다. ‘기피’를 들이대자 ‘회피’라면서 모습을 감춘 것이다.

    지금 징계위원들은 조국 부부를 무죄라고 주장해온 사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한 사람, 윤 총장 제거를 위한 사전 모의를 한 사람, 공판 참고 자료를 ‘판사 사찰 문건’으로 뒤집어씌운 사람 등등이다. 이런 사람들이 윤 총장을 징계한다고 한다. 징계위원회도 일종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재판을 들여다보니 도둑이 포졸을 잡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간명하게 정리했다. ‘징계위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벌이는 북한식 인민재판을 보는 것 같다. 적당히 시간을 정해놓고 토론하는 척하다가 해임 등 중징계를 밀어붙일 것이다. 윤 총장 비위 혐의는 모두 허위이고 감찰 과정은 불법 아닌 것이 없다. 당연히 징계위는 원천 무효이고, 징계위 결정도 불법이다. 감찰에 관여한 사람들은 물론 징계위 역시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법치를 파괴한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역사를 생각하는 통렬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공수처 문제로 돌아가 본다. 일부에서는 공수처가 되레 수사 검사 진용을 꾸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에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수처에 공수처장과 차장만 있고 23명으로 구성할 수 있게 돼 있는 수사 검사는 임명되지 못하는 인적 공백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 공수처법 제8조는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공수처법 제9조는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처장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인사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따라서 야당이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인사위원회 구성이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거대 여당은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무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야당이 추천하지 않으면 여당은 그냥 5명 인사위원회로 수사 검사를 추천할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법무부 징계위원회, 윤석열이 운명의 날을 맞고 있는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도 똑같이 운명의 날을 맞고 있다.’ 그것입니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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