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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태평로] ‘현지 누나’와 5인방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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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마다 있던 대통령 측근 그룹

    월권하며 인사 등 시스템 파괴

    방치하면 정권 차원의 리스크

    마냥 덮고 넘어갈 순 없는 문제

    조선일보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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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5인방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측근 5명이 대통령실 내부는 물론 외부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다. 그 중심에는 ‘현지 누나’로 불리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있다. 거론된 나머지도 모두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실에 근무하지 않는 인물도 있다. 물론 수석급 이상 고위직은 없다.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측근 그룹은 존재했다. 그런데 이들이 긍정적으로 비친 적은 없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을 이용해 직분을 넘어선 권한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권력 남용으로 시스템이 한 번, 두 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것이 쌓여 정권이 위태로워졌다.

    윤석열 정부 시절엔 ‘한남동 7인회’라고 불린 그룹이 있었다. 모두 비서관급 이하였다. 이 중 몇몇은 대통령을 ‘삼촌’ 등 편한 호칭으로 불렀다. 심지어 수석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변에 과시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한 조언은 시스템을 초월했다. 특히 인사에서 그 파괴력이 컸다. 대통령실은 총리·장관은 물론 공공기관장까지 인사권을 행사한다. 모두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과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권한도 능력도 없는 일부 측근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아 시스템을 뛰어넘어 버렸다. 상식에 어긋난 인사의 배후엔 이들이 있었다. 수석조차도 눈치를 봤다고 한다.

    측근 그룹은 암약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건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비선 실세인 정윤회씨와 주기적으로 접촉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지라시에나 나오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2016년 정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결국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물론 지금 이재명 정부를 이런 상황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이미 김현지 실장 ‘실세설’은 그저 뜬소문으로 넘기길 수 없게 됐다. 이달 초 파장을 일으킨 ‘현지 누나’ 문자가 강력한 증거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대통령실 김남국 전 비서관에게 한 민간 단체 관련 인사를 청탁하자, 김 전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김현지 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속실장직을 수행 중이다. 민간 단체는 물론 정부 관련 인사권도 없다. 이런 청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인사 청탁이 대통령실 내부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를 덮고 넘어갔다. 김 전 비서관만 자진 사퇴하는 선에서 사안을 끝냈다.

    현지 누나든, 그와 함께 거론되는 5인방이든 대통령실 주장대로 실체가 없을 수 있다. 누군가는 대통령과 가깝지도 않은데 측근을 자처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측근 그룹이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는 일을 한다는 소문에 “난 설레발치는 사람은 절대 안 쓴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이상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나 유튜브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다만 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측근 문제를 방치하면 정권 차원의 리스크가 된다. 관리가 어렵다면 아예 중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혀 월권 논란도 없애고 국민적 검증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들에게 수석 자리를 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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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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