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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은 면했다… 英ㆍEU, ‘노딜 브렉시트’ 목전서 협상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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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ㆍ폰데어라이엔 통화 뒤 공동성명 발표
가디언 “새 데드라인 설정 안해… 흥미롭다”
한국일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9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찬 협상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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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혼 협상’이 결렬 목전에서 다시 연장됐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3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에 따른 ‘미래관계협정’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이날이 양측이 설정한 합의 시한이었다.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4년 반 동안의 지난한 여정이 물거품이 될 위기는 일단 넘겼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통화를 마친 뒤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두 정상은 “우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요 쟁점들에 대해 논의했다”며 “여러 차례 데드라인이 지나갔지만 우리는 지금 추가 노력을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협상을 지속해 늦은 단계에서라도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새로운 데드라인이 공동 성명에 명시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보도했다. 연말 전환 기간 종료 전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논평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성명 발표 뒤 각료들을 소집해 결정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성명 직전까지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전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과 EU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EU 측 제안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긋는 쟁점은 △어업 △공정경쟁환경 △분쟁해결 거버넌스(통제체제)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EU는 영국이 자체 품질 기준과 기업보조 정책 등을 구비한 채 EU 단일시장에 관세 없이 접근하며 혜택을 봐서는 안 되고, 소속 어선이 영국 수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면 영국의 수산물 수출 역시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국 정부는 자국 영해에서 일어나는 일과 어업 규칙 결정권은 주권국으로서 영국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를 각오한 기색이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브리튼싱크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 유권자의 66%는 합의 없는 탈퇴를 예상했다. 실제 영국은 합의 실패를 상정한 ‘비상 물자’ 비축에 돌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슈퍼마켓들이 일주일 전 정부로부터 노딜에 대비하라는 언질을 받고 주말 식료품 등 재고 확보에 들어갔다”며 “보건부는 의약품과 백신 등을 공급하는 업체에 6주 분량 재고를 안전한 곳에 비축해 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어업 분쟁 합의 불발에 대비해 군함을 동원, EU 소속 어선들의 영국 해역 진입을 막을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한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EU라는 울타리 아래 협력했던 양측이 무력을 동원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한 셈이다.

두 정상 간 입씨름 수위도 높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U와 협상하는 대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요청했다가 거부 당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이날 취재진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결과물 없는 협상 종료’를 암시했다.

볼모는 시민들이다. 노딜이 아니어도 내년부터 영국에서 일하는 EU 소속 국민들의 노동 허가 조건이 바뀐다. 올해까지 EU 역내에 거주하지 않는 영국인들 역시 향후 EU 소속국에서 거주하거나 노동할 권리가 사라진다. 건강보험과 고등교육 교류 프로그램 지속, 사소하게는 국제운전면허증 인정 여부까지도 결정된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부담감이 양측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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