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예고된 오늘. 간 밤 글로벌 증시도 추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에 공급하기로 한 예정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앞서 이탈리아가 중국발 코로나19(COVID-19)백신 공급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제약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낸 데 이어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주정부가 "백신 공급 지연으로 접종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백신 대란 리스크가 불거졌습니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드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백신 공급 지연과 봉쇄 조치 연장은 투자자 심리를 두 번 위축시키는 타격"이라고 지적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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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마감 후 '대장주' 애플이 '2020년 4분기(10~12월) 실적' 발표를 하면서 해당 분기 수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뛰어 1114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는 소식이 나오기는 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바뀔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1. 백신 대란· 게임스탑 사태·보잉 실적 실망 속 뉴욕증시 한파
2. 게임스탑 공매도 울린 '개미들 반란'에 백악관 "조작 모의 정황 예의 주시"
3. '멍청한 돈' 개미들의 복수…유럽증시로도 확산
◆백신 대란· 게임스탑 사태·보잉 실적 실망 속 뉴욕증시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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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는 보잉 발 한파가 불어닥쳤습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돈을 더 풀어주길 바란 시장 기대와 달리 '현상 유지'를 발표했고 미국 대표 제조업체 보잉이 공개한 2020년 실적도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게임스탑 사태'로 인한 헤지펀드들 공매도 손실 리스크 속 투자 심리 위축도 불거졌습니다.
이날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1.64% 폭등한 37.21을 기록했습니다. 보잉이 대장주로 있는 '대형 제조업 위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5% 낮은 3만303.17에 마감해서 하루 기준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57% 하락한 3750.77,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2.61% 떨어진 1만3270.60에 장을 마쳤습니다. 애플과 테슬라, 페이스북 등 간판 기술 기업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사라진 분위기였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스탑·AMC엔터테인먼트 등을 두고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개인 투자자들과의 싸움에서 줄줄이 패배를 선언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헤지펀드들이 해당 업체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실패해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이를 메꾸기 위해 다른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돌았고 실제로 헤지펀드 발 주식 매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이날 FOMC에서 기준금리(연 0.00~0.25%)나 자산 매입 규모(월 1200억 달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예상된 결과이지만 시장이 바라온 결정은 아닙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몇달 간 경제활동과 고용 회복 속도가 완만해졌으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부문이 집중적으로 취약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달 비농업 일자리 수가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쪼그라들고, 소매 판매도 세 달 연속 감소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또 "경제 앞날은 바이러스 진행 경로와 백신 진전에 달려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채권매입 등 양적완화 축소)을 논의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테이퍼링이 아니라 돈 풀기를 바라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블루웨이브'(미국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이 된 것)에 성공한 민주당은 공화당 협력없이 1조9000억 달러 규모 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은 27일 "하원 일정에 부양책 투표 일정에 따라 공화당없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임스탑 공매도 울린 '개미들 반란'에 백악관 "조작 모의 정황 예의 주시"
'반려동물계의 아마존' 공동창업자 리언 코언의 게임스탑 이사진 합류 소식이 전해진 이달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와 개인 투자자 간 전쟁터가 된 게임스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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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대결. 요즘 미국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청년 개인 투자자들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게임스탑입니다. 비디오게임업체 게임스탑 주가가 뉴욕증시에서 연일 폭등한 데 이어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 등 주가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에는 백악관과 재무부가 나섰습니다.
27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은 재무부와 함께 게임스탑을 비롯해 증시에서 주가가 급격히 오른 일부 기업들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스닥증권거래소의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날 "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SNS) 공간을 악용한 '펌트앤드덤프'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 조작 의심 정황에 대해 거래소와 규제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게임스탑(거래 종목코드 GME) 주가는 하루 만에 134.84% 폭등하면서 1주당 347.5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증시에서 화제와 논란 한 가운데 선 건 게임스탑 뿐 아니라 AMC엔터테인먼트(AMC △301.21%)와 목욕용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 △43.45%), 캐나다에 본사를 둔 보안 소프트웨어업체 블랙베리(BB △32.66%) 등입니다. 게임스탑·AMC엔터테인먼트·블랙베리는 뉴욕증권거래소,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습니다.
별다른 호재가 하루만에 불거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주가가 오른 배경은 미국 주요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 모인 로빈후드(미국 주식 중개 수수료 무료 앱) 사용자들이 게임스탑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 기관 투자자들에 대항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한국증시에서도 화제인 '공매도'(Short Selling)는 특정 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주가가 거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개인 투자자들은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이용해 공매도 기관 투자자들의 패배를 이끌어냈습니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할 정도로 매우 높을 때 다른 사람·기관이 보유한 주식을 빌려서 이를 팔아버린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더 오른다면 공매도 투자자들로서는 주가가 오를 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다가오기 전 중간 중간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데요, 이 때문에 주가가 더 뛰는 것을 숏 스퀴즈라고 합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눈물을 쥐어짜는 상황인 셈이죠.
앞서 25일까지를 기준으로 게임스탑에 대한 공매도 베팅 금액은 총 22억달러 이상이었는데 FIS애널리틱스 데이터를 보면 이 액수는 당시 게임스탑 시가총액의 20%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26일까지만 해도 대출 가능한 게임스탑 주식이 전부 대출 중일 정도로 공매도가 많이 따라 붙었는데, 특히 최근 1주일 새 게임스탑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베팅 금액도 1억1700만달러 늘어났습니다.
공매도 전문 분석업체 S3파트너스의 이오르 두사니브스키 이사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27일 하루 만에 최고 98억5000만 달러 손실을 입은 결과 누적 기준 최소 191억5000만달러(약 21조1608억원)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금액은 27일 게임스탑 장중 주가인 285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인데 마감 가격이 347.51달러였으니 손실 규모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날까지를 기준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빌린 공매도 투자자들이 내야 하는 단기 이자비용은 총 106억 달러라고 합니다.
SEC는 백악관과 나스닥 측의 언급에 대해 일단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SEC 를 비롯한 규제당국은 온라인을 통해 특정 기업 주가 조작을 모의한 경우에 대해 '허위 정보 유포'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로이터통신은 실제로 당국이 승소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공매도와 싸워온 테슬라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 CEO도 응원한 게임스탑 투자 전쟁.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 기관 투자자와 로빈후드(주식거래 중개 수수료 무료 앱) 사용자로 대표되는 미국 2030 청년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은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대결'로 불리기도 합니다. 메인스트리트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에 대응해 연방준비제도가 내놓은 '근로자 1만5000명·매출액 50억달러' 이내 기업 대상 대출 지원책입니다.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보면 미국 중소 상장 기업 2000곳으로 구성된 러셀2000주가 지수 중 공매도가 집중된 20개곳 회사 주가가 올해 들어 평균 60%뛰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하는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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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전쟁은 승자와 패자, 논란을 남겼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이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소 24억 달러 이상 평가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 해 12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블랙록의 게임스탑 지분율이 13%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 추정액입니다.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이번 게임스탑 사례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나온 건전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27일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은 사람들이 랜덤으로 모여있는 것 같지만, 이들이 더 많은 공감을 통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도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이제 게임스탑 콜옵션 거래를 끝냈으며 벌어들인 50만 달러는 기부할 것"이라면서 "게임스탑이나 AMC엔터테인먼트 같은 몇몇 기업 주가가 오른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를 견제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콜옵션 투자는 특정 기업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경우입니다. 팔리하피티야는 '민간 우주여행 업체' 버진갤럭틱이 지난 2019년 10월 뉴욕증시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것을 주도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기관 투자 관계자 등이 '은밀한 저녁식사'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점과 달리 2030 청년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말하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죠.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따릅니다. 공매도로 유명한 시트론리서치 공동 창업자 앤드류 레프트는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게임스탑 사태에 대해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거칠어졌다"면서 "이건 도박꾼의 나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멜빈캐피털 등과 함께 최근 게임스탑 공매도에 나섰는데 게임스탑 개인 투자자들이 레프트 창업자의 개인 정보를 알아내 SNS 계정을 해킹하고 그와 두 자녀들을 위협하고 모욕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레프트 씨 지인들에 따르면 레딧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이지만 특히 중국인 사용자 등이 이런 협박에 가담한 것 같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J캐피탈리서치 공동 창업자인 앤 스티븐슨-양도 "시장 합리성과 펀더멘털이 죽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매도가 붙으면 기존 주주들로서는 기분 나쁜 일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공매도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닙니다. 머디워터스는 '중국판 스타벅스'를 내세운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을 폭로해 상장폐지를 이끌었죠. 힌덴버그리서치는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사기 의혹을 폭로해 창업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한편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보다 테슬라 목표주가를 높게 잡아온 웨드부시증권은 "게임스탑 목표주가는 여전히 16달러"라고 강조했습니다.
◆'멍청한 돈' 개미들의 복수…유럽증시로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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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 정보나 금융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미국에선 '멍청한 돈'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스탑 사태를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도하는 기관 투자자들에 맞서는 현상이 뉴욕증시를 넘어 유럽증시로 퍼지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 영국 런던증시에서는 유명 출판사 피어슨(PSON, 27일 주가상승률 △13.97%)과 영화관 체인 씨네월드(CINE △12.00%) 주가가 급등했는데, 두 업체 모두 공매도가 집중된 회사입니다. 핀란드 헬싱키 증시에서는 글로벌 통신사 노키아( NOKIA △13.84%)도 주가가 갑자기 올랐는데 공매도 관련 이상 과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다만 숏스퀴즈 탓에 주가가 오르는 게 회사 입장에서 그다지 반길 일은 아닙니다. 노키아는 27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 주가 급등·주식 거래량 급증을 설명할 만한 미공개 개발·투자 소식이나 중대한 경영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도 노키아(NOK △38.48%)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상 과열을 이유로 노키아 주식 거래를 여러 번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보안소프트웨어업체 블랙베리는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비슷한 입장을 낸 적이 있는데 최고 마케팅 책임자 등 고위 경영진은 주가 상승세를 틈타 자사 주식을 팔기도 했습니다.
앞서 캐나다 대마초 업체인 틸레이는 2018년 게임스탑과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2개월 간 숏 스퀴즈가 일면서 주가가 1400%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브랜든 캐네디 틸레이 CEO는 27일 CNBC인터뷰에서 "최근 게임스탑 숏스퀴즈를 보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경험했다"면서 "당시 나스닥증권거래소로부터 주가 이상 과열로 거래가 중단됐다는 전화를 하루에 다섯 번 받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7월 중순 틸레이 주가가 20달러이던 것이 9월 들어선 300달러에 달했는데, 결국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서 회사도 9월 19일 하루만에 6억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를 이용한 투자가 이달 인기를 끌면서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공매도가 집중된 주식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제약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사진 필름업체 이스트먼코닥(KODK)도 27일뉴욕증시에서 주가가 28.10%뛰었는데 공매도 비율이 20%에 달합니다. 뉴욕증시 온라인 중고차거래업체 카바나(CVNA)와 식당 체인 치즈케익팩토리(CAKE), 캐나다구스(GOOS) 등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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