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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서울시장 선거에도 어김없는 ‘그때 그 사람, 단일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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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이 끝나면 본격적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번 선거는 임기 약 1년 2개월의 서울시장을 뽑는다. 짧은 임기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패했던 야권은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권은 보궐선거 패배가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오고 대선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인물- 또 만난 10년 전 그때 그 사람들

보궐선거 사유는 지난해 7월 10일 발생한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이다. 박 전 시장은 사망 이틀 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 사건을 직권조사하고 지난 1월 25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

박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보궐선거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한 ‘당위성’ 문제에 휩싸였다. 민주당 당헌에는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대로 두면 후보를 낼 수 없었다. 이에 지난해 11월 3일 해당 조항에 “전당원투

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붙여 길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여성 후보 적임론’이 떠올랐다. 성 비위 사건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이 공격하는 야당에도 방어하는 여당에도 실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선거는 여성 후보들만의 각축전이 되지는 않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정치는 이슈가 급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박 전 시장 사건만으로 선거를 끝낼 수 없다”며 “유력 여성 정치인이 출마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선거는 한국정치의 인물난을 부각시키고 있다. 출마한 유력 후보들이 박 전 시장이 당선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연관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오 전 시장은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중도 사퇴하며 보궐선거 상황을 만들었다. 안 대표는 당시 지지율 1위를 달리다 박 전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당시 박 전 시장과 단일화한 민주당 후보는 박 전 장관이었고, 선거에서 맞붙은 한나라당 후보가 나 전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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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주요 후보들. 왼쪽부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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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인물들은 모두 서울시장 유력 후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2월 이후 등록된 총 3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서는 박 전 장관이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을 모두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양자 경쟁 구도다. 안 대표를 포함한 범야권의 서울시장 적합도를 보면 안 대표가 가장 앞선다.

■구도- 여야 일 대 일 대결 가능할까

인물 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한국 선거 특성상 ‘구도’는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다. 즉 여당과 범야권의 양자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거는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화두였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안철수, 금태섭이라는 범보수·중도 진영 단일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 다자 대결보다 양자 대결에서 범야권이 승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월 3일 공개된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안 대표가 박 전 장관과 양자 대결을 벌이면 39.7% 대 33.5%로 승리한다. 반면 3자 대결로 가면 박 전 장관이나 우 의원 중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든 모두 야권 후보들에게 승리한다. 이 조사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시민 807명을 조사한 결과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연구위원은 “야권에 단일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단일화는 총 두 번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 먼저 안철수·금태섭 후보의 이른바 ‘제3지대 단일화’다. 1월 31일 금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제안했다. 후보 간 토론 후 시민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안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양측은 2월 4일 단일화 방식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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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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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제3지대와 국민의힘의 단일화다. 국민의힘은 2월 5일 총 8명의 후보를 4명으로 줄이는 예비경선을 진행했다. 최종 서울시장 후보는 3월 4일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보궐선거가 한달여 남은 시점에서 제3지대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다. 이 방식에는 긍정요소와 부정요소가 공존한다.

긍정요소는 선거 막판까지 관심을 끌며 지지자를 집결시키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만든다는 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권은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 이벤트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여당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요소 역시 만만치 않다. 박 평론가는 “선거에 임박해 단일화할수록 ‘감동적인 단일화’보다 ‘이전투구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경험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배 위원은 “보수정당은 정치과정에서 단일화라는 것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며 “단적으로 ‘합당’과 ‘단일화’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일화는 양측 지지율을 합쳐서 더 큰 지지율을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둘을 하나로 합치는 합당과는 다르다”며 “안철수 후보에게 입당하라고 하는 모습 등을 보면 단일화를 위해 무엇을 받고 무엇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보궐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박 평론가는 “단일화는 양날의 칼이다”며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한다면 안철수를 지지하는 중도세력이 선거에서 빠질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국민의힘 지지세력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이번 선거는 1년 2개월 임기의 시장을 뽑는 것”이라며 “조만간 또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일단 단일화 후보를 지지하는 저항 투표로 서울 정권부터 바꾸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구도가 유동적임에 따라 차기 서울시장이 누가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후보들의 공통 공약을 통해 향후 서울 시정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공급 공약’을 내놓고 있다. 3만호부터 최대 120만호 공급 공약까지 나왔다. 임기는 1년 2개월이지만 공급은 5년, 10년에 걸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야 모두 공급을 늘린다는 것에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방법은 다르다. 민주당 후보들은 ‘공공분양’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야당 후보들은 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을 주장한다. 공약대로라면 어느 쪽이 당선되든 서울 부동산은 ‘반값’이 될 수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공공주택 16만호 건설을 주장한다. 도심지 철길과 강변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이다. 같은 당 박 전 장관 역시 5년간 공공주택 30만호 건설을 주장한다. 국유·시유지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해 평당 1000만원 수준의 ‘반값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는 국가나 시가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땅값이 가격에서 빠지기 때문에 저렴한 공급이 가능하다. 공공분양의 경우 국유·시유지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바람- 1년 2개월 시장의 10년짜리 공약

반면 국민의힘 나 전 의원은 층높이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올리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이를 통해 10년간 7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오 전 시장 역시 비슷하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적용되는 높이 7층 제한을 푸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안 대표는 5년간 74만6000호 공급을 주장한다. 공공기관 소유의 유휴 부지를 활용한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을 총동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약이 공급 호수 경쟁이 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공급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실성 높은 공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서울시장으로 야당이 당선되면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배치되는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기 1년 2개월짜리 시장 후보들이 권한 범위를 벗어난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수십만호를 단기간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공공택지 현황, 예산 등의 타당성 검토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특히 공공주택의 경우 부동산가격 안정화보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 성격이 강하다”며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공급이 함께 이뤄지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민생문제도 화두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의 경우 여당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전국민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인과관계와는 별개로 야권이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대표적이다. 선거 직전에 제기됐다면 시시비비를 가릴 틈도 없이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는 있지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4월 7일 치러질 서울 시장 보궐선거 관리비용은 487억 5111만원이다. 투·개표 비용, 후보자들 선거운동 비용, 홍보 비용 등이 포함됐다. 선거가 ‘정치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비용이다. 사용되는 비용은 모두 세금이다.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분납해서 메꾼다. 이에 따라 보궐선거에 누가, 왜 출마했는지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격언은 정치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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