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퇴선조치 할 상황인지 지휘부가 인식하기 어려웠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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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초동 대처를 잘못해 세월호 승객 445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전 청장을 포함해 이 사건으로 기소된 해경 전·현직 간부 10명의 ‘구조 실패’ 혐의에 대해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간부가 초동 대처 관련 기록을 사후 조작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선고로 세월호 사고 구조를 지휘했던 해경의 수장(首長)이 기소된 지 1년 만에 일단 법적 책임을 벗게 됐다. 그간 검찰·감사원 등 일곱 기관이 8차례에 걸쳐 세월호 관련 조사와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의 1심 재판에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세월호특별수사단(특수단)은 작년 2월 김 전 청장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2014년 4월 16일)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승객 303명을 사망하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재판에 넘겼다. 특수단은 김 전 청장이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승객들을 배에서 탈출시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인명 피해를 냈다고 봤다. 특수단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이날 법원은 김석균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의 혐의에 대해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참사 당시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가 침몰이 임박해 선장을 통해 즉시 퇴선 조치를 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침몰하기 시작했고, 해경은 오전 8시 52분쯤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오전 9시 30분 전후로 해경의 구조 헬기와 선박이 침몰 현장에 도착했다.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오전 9시 50분쯤까지였다. 해경에 주어졌던 구조 시간은 사실상 20분 정도였던 셈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파악한 것 이상으로 상황을 알 수 없었던 김 전 청장 등으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고, 세월호 선원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청장 등이 사고 발생 초기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봤으며, 구조 인원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김 전 청장이 책임을 방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구조대 도착 후 구조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해경 구조본부는 9시 50분쯤 퇴선 관련 조치를 했고, 이는 당시 김 전 청장 등이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적절하게 내려진 것”이라며 “세월호의 침몰이 다소 늦어졌다면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원인에 대해 선장·선원의 무책임뿐만 아니라 세월호의 침몰 속도가 배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수단은 2019년 11월 출범 후 1년 2개월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사참위(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이 제기한 의혹을 크게 17가지로 분류해 수사했다. 이 중 특수단이 기소한 것은 ‘해경 구조 실패’와 ‘청와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등 2가지였다. 당시 특수단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했다. 그 2가지 혐의 중 하나에 대해 이날 무죄가 난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그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세월호 특조위 조사, 세월호 선체조사위 조사 등 이미 일곱 기관이 8차례에 걸쳐 조사·수사해 왔지만, 상당수 의혹이 무혐의·무죄 결론이 났다. 하지만 작년 12월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세월호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9번째 수사가 예정돼 있다. 그 과정에서 세월호 현장에서 구조를 지휘했던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도 기소돼 이미 지난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모 총경에겐 사고 당시 조치 내용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지시하고 만든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이날 선고에서 무죄가 나자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방청객들은 “판사가 해경 변호사냐”며 반발했다. 검찰 특수단도 항소 방침을 밝혔다. 재판장은 선고 말미에 “세월호 사고는 모든 국민께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고, 여러 측면을 살펴야 하고 법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재판부 판단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고,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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