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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밝고 예뻤던 정인이…이내 온몸 흉터" 어린이집 원장 법정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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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양부모 두번째 공판

"2주마다 새 상처…양모에 물어보면 예민 반응"

뉴스1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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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김도엽 기자 = 입양부모로부터 수개월간 학대를 당해 숨진 것으로 조사된 정인양이 어린이집 등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서 흉터와 멍이 발견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17일 열린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2회 공판기일에는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원장 A씨는 정인양의 첫 인상에 대해 "지난해 3월2일 우리 어린이집에 입학했는데 쾌활하고 얼굴이 예쁘고 항상 밝은 아이였다"며 "또래 연령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입학 당시에는) 건강 상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3월말쯤 흉터 등을 발견했다"며 "3월~5월 사이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상처가 나서 어린이집에 왔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처가 난 이유에 관해 물었지만 장씨는 대부분 '부딪히고 떨어져서 상처가 났다'고 했고, 때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지 10년이 넘었다는 A씨는 "보통 아이들은 1년에 한 두번 정도 상처가 나는데 정인이는 1주일반이나 2주에 한 번 정도로 상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상처가 난 부위는 얼굴, 귀, 목, 팔 등 주로 상체였는데 지난해 5월 25일에는 다리에서까지 멍과 상처가 발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장씨는 다리 상처에 대해 '베이비마사지를 해주다가 멍이 든 것 같다'고 했는데 마사지를 하다가 이렇게 심한 멍이 들 수 있겠냐"며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상처여서 이건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울먹였다.

장씨에 대해서는 "정인이 언니가 2019년 3월에 입소했는데 그 당시 장씨는 발랄하고 쾌활했고 어린이집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인양에게 자주 발견되는 상처에 대해 물었을 때는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제가 물어봐도, 담임교사가 물어봐도 답을 피했다"고 했다.

뉴스1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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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또 "정인이가 여름쯤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길래 장씨에게 물었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를 했고, 다른 사람이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게 싫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양을 병원으로 데려갔던 지난해 9월23일, 정인양이 마지막으로 등원했던 10월12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증언했다.

9월23일 등원한 정인양은 앙상한 모습에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고, 약 1주일 간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가정보육 이후 정인양의 상태가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10월12일엔 등원할 때부터 힘이 없었다"며 "겨드랑이에 살이 있던 부분이 모두 없어지고 가죽만 남았던 9월23일보다 그날이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는 되게 말랐었고 배만 볼록 나와있었다. 머리에는 빨갛게 멍이 든 상처도 있었다"며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특히 "그날 정인이의 모습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당일에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 저녁쯤에 정인이 아버지가 오면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말하려고 했다"며 "그날이 마지막이 됐다는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오열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양모 장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양부 안모씨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검찰은 1회 공판에서 장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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