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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대법원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인지 구체적 자료 심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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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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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 홍정훈씨(왼쪽), 오경택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2명에 대해서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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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사건을 판결하려면 병역거부자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받아서 그의 양심이 진정한 것인지를 반드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강제징집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이 국방·병역의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이 확보될 때 비로소 국민의 종교·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행복추구권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라며 “종교·양심의 자유가 국방·병역의 의무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A씨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양심이 진정한 것인지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처음 인정된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10912)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B씨 사건에서 종교적 양심은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심리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로부터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서 그의 양심이 ‘진정한 양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A씨가 주장하는 양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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