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정보 미리 알고 산 건 아닐 것” 발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면담을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새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해 ‘새도시 지정을 염두에 둔 투기는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억원대 대출을 끌어다 농지를 사고, 겨울철에 묘목을 심는 등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 드러난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이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방송(MBC)은 지난 4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한 기사 “개발정보 알고 산 거 아니다…장관이 나서서 감싸기?”에서 변 장관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변 장관이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다”, “(토지)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2025년 이후 민간 개발될 걸로 알고 땅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도 보도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사실상 이들이 광명·시흥 새도시의 토지를 매입한 행위가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산 ‘위법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변 장관이 해당 발언을 한 날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를 한 날이다. 더구나 이번에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변 장관이 엘에이치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에 집중돼 있어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인식은 문제가 된 엘에이치 직원들이 수십억원대 대출을 받아서 토지를 매입한 점, 지분쪼개기나 겨울철에 묘목을 심는 등 개발 대상 토지에서 이뤄지는 전형적인 투기 수법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사회적 공분을 부르고 있는 상황과 큰 괴리를 보인다.
한 토지투자 전문가는 “임야나 도로라면 모를까 전답은 농사를 짓는 목적으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분거래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변 장관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어떤 이유에서든지 토지를 공적으로 개발하는 공기업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엘에이치 직원들의 투기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투기 행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게 된 점은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어 “앞으로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엘에이치 및 지방공기업의 임직원은 이유 여하,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자세로 철저히 조사해 강력히 처벌하고 제도개선에도 임하겠다”며 “저부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고, 저를 포함해서 출장 등 불가피한 상황에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토지 소유정보 수집 동의서를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변 장관이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배포하기도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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