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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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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 국내 OLED로 불똥…삼성폰 중국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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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폰(화면을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스마트폰).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미국 주도의 중국 화웨이 제재 불똥이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로 튈 조짐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로부터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지만 그나마 기술력이 앞선 OLED 시장에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는 LCD(액정표시장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중저가폰 갤럭시 M시리즈 일부 모델에 BOE의 플렉서블(휘어지는) OLED를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BOE에서는 사실상 공급 계획을 기정사실화하고 오는 7월 양산 일정까지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가 삼성전자에 LCD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OLED는 처음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제품이나 부품 공급에 대한 사항은 영업기밀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플렉서블 OLED를 독점 공급받던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BOE로 눈을 돌린 것은 파격적인 가격 제안 때문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플렉서블 OLED 공급 가격으로 일반 OLED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OE가 삼성전자와의 거래 성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딜'에 나섰다는 얘기다. 플렉서블 OLED 공급가격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당 120달러, BOE는 70~80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 정부 주도로 화웨이 제재가 단행되면서 그동안 화웨이를 중심으로 OLED 사업을 키웠던 BOE가 다급하게 대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본다. 최근 프리미엄폰 판매 부진으로 중저가폰 비중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의 원가절감 수요도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BOE의 성장세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술력이나 품질, 양산능력에서 BOE보다 월등하게 앞서지만 수익성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BEO가 저가 물량 공세를 이어갈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 한 인사는 "화웨이 제재 이후 당초 기대했던 반사이익 효과는커녕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에 우려가 적잖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글로벌 공급망이 얽히고 설킨 탓에 언제 어디로 불똥이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OE의 OLED 기술력이 과거보다 상당히 개선된 점에도 주목한다. 애플이 리퍼비시용이기는 하지만 '아이폰12' 디스플레이 공급사에 BOE를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BOE는 최근 공개된 LG전자의 롤러블폰(화면이 둘둘 말리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개발도 담당했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중국에 LCD 시장을 내준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주요 현금 창출처 중 하나다.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공세에 밀리면 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용 OLED는 전세계 시장의 80%가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한다. 그동안 TV용 대형 OLED에 주력했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BOE는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과 출하량에서 LG디스플레이를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한 인사는 "BOE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OLED로 번지면 LCD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에 비해 기술 격차가 작은 데다 진입장벽도 높지 않아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국내 산업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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