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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최악의 서울시장 선거…다음엔 새 인물 대결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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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평론서 낸 유창선 정치평론가 인터뷰

경향신문

3월 22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유창선 정치평론가/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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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종편 시사방송 등에서 대표적인 진보 쪽 패널이었다. 지난 한 해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뇌종양으로 큰 수술을 받았고, 생사의 고비를 간신히 넘겼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다시 현업으로 돌아왔다. 최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제목의 책을 냈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12월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아시타비(我是他非)’와 같은 맥락이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정치가 남 탓하기 시비 다툼에 세상을 가둬버렸다’는 풀이다. ‘내로남불’이다.

책에는 2개의 부제가 붙어 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모든 광신자는 똑같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쪽이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이라는 집권당에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책을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엔 “이분이 TV에 나와 평론을 할 때마다 진보진영에 편드는 억지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옳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시원하다”와 같은 댓글이 달려 있다.

그의 생각을 자세히 듣고 싶어졌다. 인터뷰는 3월 22일 경향신문사에서 이뤄졌다. 야권 단일후보 결정 이틀 전이었다.



-근황이 어떠한가요. 뇌종양이었죠.


“2년 조금 지났죠. 갑작스럽게 뇌종양 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는데 워낙 위험한 곳을 수술해 후유증이 좀 심했어요. 8개월가량 재활병원에 입원했다가 재활을 계속했는데, 이제 건강을 대부분 회복했어요. 수술 직후 혀가 마비됐는데 한 95%는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아직 발음이 약간 어색합니다. 방송활동은 사실상 은퇴했고, 주로 글쓰기를 합니다. 동네에서 걷기 운동하고, 글 쓰고…. 이번에 책을 냈죠.”

-병상에서 낸 책이….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에요. 당시 생사의 기로에서 투병하면서 든 마음이나 생각이 ‘이제 좀 나를 위해 남은 시간을 그렇게 갖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쓴 책이었습니다.”

-원래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정치시사 방송을 한 거의 1세대잖아요. 그것도 접은 건가요.

“일단 공중파나 종편방송에 출연했는데 후유증이 조금 남아 접은 것이고, 그것 이외에도 아프리카TV에서 인터넷 방송을 아주 오래 했죠.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에서 다 잘리고 이 없으면 잇몸이라 마음먹고 했던 것이 아프리카TV였거든요. 십몇년 동안 했는데 그것도 이번에 퇴원하면서 접었어요. 건강문제와 상관없이. 왜냐면 내가 시작할 때보다 더 어렵다고 느낀 게 온라인 방송도 극단화됐어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편이든 한쪽 편, 그것도 극단에 서야 방송이 흥행을 하고, 시청자들이 모이는 것을 많이 겪어봤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그런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진영에 갇혀 있는 그런 삶이나 정치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라 타협하고 싶지 않아서요. 양극단 중 하나를 택해 생존해야 한다면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했고, 또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원래의 자기 모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삶의 종반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그런 시기의 삶까지도 누구에게 맞추면서, 어느 진영·편이나 팬들에게 맞추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모습을 지키면서 나답게 살자고 생각했어요.”

-책에서도 언급하는 것처럼 2019년의 조국 사태나 지난해 박원순 시장 사망 사건 같은 건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견해가 다르다고 하루아침에 친구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고. 대화 단절로 고통도 큽니다. 그런데 자리가 사람을 결정한다고나 할까요. 사람이 가진 생각이나 주관이 얼마나 연약한 기반에 있나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기도 한데요.

“그 부분에서는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명제가 맞는 것 같아요. 존재가 경제개념일 뿐 아니라 자기의 어떤 기반들, 활동, 자기가 어디에 있고 소속돼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나 판단이 결정적으로 좌우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건 솔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대의에 의해서 좌우될 일이 아니라. 정권에 몸담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방어하고 싶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할 것이라고 봐요. 일종의 운명공동체이니까. 의식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집단적 사고가 만들어지고 그것에 의해 판단은 있을 수 있어요. 문제는 그게 그 집단 내가 아니라 그 생각을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 만들려고 할 때 격렬한 갈등이 생겨납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문재인 정부 참여자에 의해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입시비리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고, 개혁을 위해, 또는 정의를 위해 정당화된다면 문제죠. 사회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옳고 그름의 분별기준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정권에서 자유로운 지식인이나 양심들이 적극적으로 발언·비판할 필요가 있었어요. 책에도 썼지만, 지식인들이 보였던 침묵 현상을 우려하는 거죠.”

-이런 시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인데, 그걸 꼬아서 ‘너만 옳고 나는 무조건 틀렸다는 거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뒤집어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정반대 입장에서. 저는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고 봅니다. 특히 정치현실 속에서는 어느 세력이라고 해서 절대악일 수 없어요. 흔히 이야기하는 적폐세력 쪽에 있다 한들 그 사람들이 일부러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마음먹은 건 아닐 겁니다. 반대로 흠결 하나 없이 정의롭기만 하고 정말 공동체의 대의를 따라 살고 있는 사람도 나는 없다고 봐요. 다 자기 나름대로 정치적 생존을 위한 계산법이 있고,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려다 어느 틈에 기득권이 돼버린 것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우리는 천사이고 상대방은 악마일 수 있냐는 겁니다. 이 프레임이 너무 빈번하게 등장했거든요. 항상 상대는 악마이고, 우리는 잘못해도 천사이고 다 용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게 돼버린다는 말입니다. 그걸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어요. 그 선악의 이분법을 특히 이번 정부 집권세력에 의해 아주 자연스럽게, 너무도 당당하게 꺼내져 왔다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케이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쟁점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따르는 사람들의 해석, 거기에 예전부터 알고 있던 자신의 경험을 더해 인지합니다. ‘먼지털이식으로 털면 먼지 안 날 사람 있냐, 조국은 억울하겠다’ 이런 식의 판단이죠.

“집단의 사고에 내 판단을 위임하면 안 됩니다. 내 판단은 내가 고민하고 판단해야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인데, 흔히 보듯 김어준 방송 듣고 김어준이 뭐라 하더라, 그러니 이게 옳고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 이런 식의 모습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지성주의의 몰락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그 부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어떤 사건, 특히 정치에서 벌어진 사건을 판단할 때 미리 진영이나 집단이 내려주는 결론을 가지고 받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터졌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무조건 나쁜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의 마음속에서 저울질하는 것이죠. 나도 자식 키우는 부모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자식을 어쨌든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것은 부모 마음이니까. 어디까지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그런 고민을 내면에서 한단 말입니다. 그래도 서류나 경력 조작을 하는 것은 범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안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짚지 않으면 그게 당연시하는 사회가 되고, 우리 사회를 지켜왔던 공정이나 정의가치가 무너지게 되는 거죠.”

-다 자기 판단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 지레짐작이나 남의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긴 쉽지 않죠.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국 수사에 과잉이 있었지 않냐, 전근대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것은 사실 아니냐는 생각 말입니다.

“본인이 자초한 거죠. 적어도 그런 문제가 드러났을 때 본인이 솔직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이해를 구하고 사죄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멸문지화까지는 안 갔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다 거짓이라고 모든 것을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 부인하니 그게 아니라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 가족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가고 있고요.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본인의 방어권을 행사하더라도 1심 재판부가 세세하게 유죄판단을 내렸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리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경향신문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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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박원순 사건에 대한 여권대응도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궁금한 게 왜 이런 사건은 진보 주변에서만 사건화가 될까라는 겁니다. 기존사회의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의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접점이 그어지는 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원순 사건은 애매한 경우가 아니라고 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인정했죠. 이건 성추행이 맞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봐요. 물론 입장과 해석이 다른 논쟁의 부분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의 판단을 우선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2차 가해가 계속되는 건 참 통탄할 일이에요. 왜 민주당, 진보정치 쪽에서 이런 정치적 사건이 반복되는가의 문제인데요, 과거에는 새누리당이 성누리당이라고 야유를 받는 시절이 있습니다. 이제는 ‘더불어만지당’이라고 야유를 받습니다. 결국 민주당이나 진보정치세력이 권력이 된 거죠. 권력이라는 것이 오래되면 그 속성이 드러나는 법이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기준의 붕괴, 긴장의 해이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봐요. 권력이라는 게 100년, 아니 10년 넘게 가는 권력이 없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정말 자기점검과 성찰을 내부에서 철저하게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번 보궐선거, 그리고 이후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저는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가려면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최악의 선거라고 봅니다. 10년 전의 인물들이 아무런 새로움도 없이 치르고 있잖아요. 당장 1년 후에 다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데 이번에 누가 되든 내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새 인물이 등장해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다음 세대 정치인들, 여야 모두 책에서 70·80년대생의 정치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다음 세대 정치인들이 뛰어드는 젊은 시장선거가 되기를 바라고, 대선도 이제는 좀 뭔가 여든 야든 간에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영을 대표하는 식상한 인물들 간의 대결 말고요. 특히 586 정치를 넘어설 수 있는, 그다음 세대 정치인들의 분발·건투·도전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YS·DJ가 40대 나이에 야당대표에 도전했는데, 왜 지금 정치인들은 586의 우산 아래에서만, 계속 그 우산 아래에서만 생존하고 있나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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