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방류는 설비 건설 등 시간 걸려 2년 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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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내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바다 방류를 강행한 것이다. 실제 방류는 새로운 설비 건설 등에 시간이 걸려 2년 뒤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제1원전 물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약 125만톤)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장기간(약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염수 바다 방류로 후쿠시마가 ‘방사성 물질 오염 지역’이라는 이른바 ‘소문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가 생길 경우 도쿄전력이 배상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처리 방침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총리 관저가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도쿄올림픽, 가을 중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지금이 오염수 처리를 결정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핵연료 냉각수 및 원전 건물에 스며든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다. 지금까지 제1원전에 있는 약 1천개 탱크에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었으나 내년 가을께 탱크가 부족해 더 이상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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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방류의 가장 큰 문제는 오염수의 안전성이다. 도쿄전력이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로 이미 한번 정화를 했는데도 현재 탱크 속 오염수의 70%에는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 이 사실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7년여가 흐른 뒤 밝혀졌다. 도쿄전력은 최근 오염수 일부를 ‘알프스’로 2차 처리해보니 주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차 정화 결과는 전체 오염수 중 극히 일부이고,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프스’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도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시설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을 바다에 방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되면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수소가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만큼, 일본처럼 사고 원전에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방류하는 것에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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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처음부터 비용이 저렴한 ‘바다 방류’를 결정해 놓고 다른 대안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그동안 지상에서 대형탱크에 저장하거나 콘크리트로 막아버리는 ‘모르타르 고체화 처분’을 제안해왔다. 민간 싱크탱크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도쿄전력은 대체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 압도적인 반대 여론도 무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후쿠시마 관계자, 관련 단체 등을 상대로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해 7차례 이상 의견을 들었으며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본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퍼블릭 코멘트’라는 의견 공모에서도 약 70%가 바다 방류에 반대했다. 일본 정부의 여론 수렴이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내 ‘바다 방류’ 반대 서명도 42만여명이 참여해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된 상태다.
일본과 가까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권과 건강권’ 등을 관할하는 유엔 특별보고관 5명은 지난달 11일 성명을 내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과 인권에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을 담은 편지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이 오염수 바다 방류를 결정하면서 한국, 중국 등 15개 국가·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본산 농림수산물‧식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등 9곳은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중국, 한국, 대만, 마카오, 홍콩, 미국 등 6곳은 일부 농수산물·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국제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강행 수순…일 여론 압도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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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치명적 물질 걸러내도 허용치 최대 2만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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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지금처럼 지상 탱크 보관이 가장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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