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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줄인다던 주독미군, 바이든은 500명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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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동맹 복원하고 러시아 위협에 맞서기 위한 조치

조선일보

13일(현지 시각)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안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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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독일 주재 미군 병력을 500명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독 미군을 대폭 감축하기로 한 계획을 정반대로 뒤집는 것이다.

독일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 시각)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500명의 미군을 독일에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독일에서 병력을 늘려 유럽에서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우리의 기존 능력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병력은 올가을 파병될 예정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작년 7월 전체 주독 미군 3만6000명 중 1만1900명을 줄여 유럽 다른 나라에 재배치하거나 귀국시키겠다고 했다. 독일이 방위비를 적게 지출해 미국의 부담을 키운다는 트럼프의 불만에서 나온 조치였다. 하지만 올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감축 계획을 중단한 데 이어 반대로 추가 증원을 결정한 것이다. 오스틴은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직후 처음 배치된 곳이 독일이었다는 인연이 있다.

러시아의 서진(西進) 위협에 맞서 미군에 의지해온 독일은 즉각 환영했다.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은 “대단한 뉴스”라며 “미국과의 동맹에 매우 강력한 긍정적 신호”라고 했다.

미국의 주독 미군 증원 결정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최근 친(親)러시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반군에 자금·무기를 지원하는 동시에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가장 많은 약 8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집결시키고 있다. 그중 첨단 포병부대인 대대전술단(BTG) 병력만 1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독 미군 증원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눈앞에 닥친 러시아의 위협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독 미군 증원은) 우리가 나토를 최대한 지지한다는 것이며, 독일과의 파트너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주독미군 철군 계획은 나토의 단합을 저해할뿐 아니라 러시아에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유럽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이날 G7(주요 7국) 외무장관들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주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병력을 늘린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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