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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日 대사관 앞, 원전 오염수 방류 항의 잇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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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농성단이 '방류 취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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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친북·반미 성향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주도하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 회원 5명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 망언 쏟아내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등 피켓을 들고 농성을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항의하며 나흘째 ‘불법 노숙 집회’를 하고 있다. 이어 오후 2시쯤 대금과 가야금을 든 연주자 2명과 가수 2명으로 구성된 ‘너나 처먹어’ 버스킹 팀이 대진연 농성 장소에서 우측으로 2m쯤 떨어진 곳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일본이 오염수를 마셔라”라는 의미를 담아 예술인 4명이 버스킹 팀을 조직했다고 한다. 가수 이광석(49)씨가 노래를 부르며 “너나 쳐먹어”라고 외치자 주변 대진연 회원들과 시민들이 “너나 쳐먹어”라고 후창했다.

같은 시각 대진연 농성장에서 좌측으로 10여m 떨어진 곳에선 오규석 부산시 기장군 군수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잠시 뒤인 오후 1시쯤엔 여성 시민 3명이 모여 묵주를 만지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방사능 마크에 빨간 엑스(X) 표시를 한 피켓을 들고 1시간 30분간 기도를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 단체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나흘째 불법 집회 중인 대진연은 2019년 미국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침입해 대사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 건물 현관 앞을 점거하고 1시간 넘게 반미(反美) 시위를 벌인 단체다. 이날만 대진연, 한국YWCA연합회 등 최소 5개 단체 또는 시민들이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를 촬영하기 위한 유튜버 등의 방문도 이어졌다.

일본대사관 일대는 서울시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일본대사관 건물 앞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외교 관례 등을 고려해 경찰이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 곳이다. 이런 사정으로 그동안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성격의 집회는 주로 대사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한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려왔다.

경찰은 경력 15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지만, 나흘째 이어진 대진연의 농성엔 자진 해산 권고만 내리고 있다. 대진연은 대사관 밖에 물, 휴지 같은 생필품과 담요, 핫팩 등 방한 용품을 쌓아놓고 숙식하며 확성기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매일 경찰이 설치한 벽을 미는 퍼포먼스도 하고 있다. 19일 오후 6시쯤에도 대진연 회원 7명이 펜스를 건물쪽으로 밀면서 내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농성 참가 인원도 계속 늘고 있다. 경찰은 불법 농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산 명령을 내린 뒤 농성장 내 추가 인원 진입을 차단하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하지만 5명이었던 일본대사관 앞 대진연 회원들은 19일 9명으로 늘어났다. 오후 2시 이 단체의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선 농성자에 3명, 현수막을 든 7명, 카메라 촬영 담당 2명 등 최소 12명의 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해산을 권고했으나 대진연 회원들이 일대를 통행하는 시민으로 가장해 농성장에 더 들어왔다”고 했다.

대진연은 “20일엔 대진연 회원 30여명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삭발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농성 상황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생중계하며 시민들의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해산을 권고하는 종로경찰서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항의 전화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대진연 회원과 경찰 간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소속 모 기동단의 기동대장 A 경정은 지난 18일 오후 농성장에 방한용품 등을 반입하려는 시민을 막다 농성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A경정은 이 과정에서 “윤미향씨 장학금 타서”라고 발언했다. 앞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을 지낸 정의기억연대 ‘김복동 장학금’이 대진연 회원들에게 수여된 것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진연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막말을 했다”고 항의했고, 서울청은 A경정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도 “관련 사실과 영상을 확인했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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