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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준석 당 대표 되면 ‘합당 어렵다’? 속내 복잡해진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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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오연서의 러브레터

한겨레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이준석 후보가 2일 국민의힘 경남도당을 방문해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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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엠비엔>(MBN)이 주최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 ‘트럼피즘’ 논쟁이 이어지던 중이었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혐오 발언’ 문제를 지적하던 중이었는데요, 갑자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소환됐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혐오 발언과 안철수 대표. 무슨 관계가 있길래 나 후보가 말을 꺼낸 걸까요?

안철수 겨냥 ‘비읍 시옷’ 막말 사건 소환


나경원: “이준석 후보가 그동안 말씀을 험하게 하신 부분을 제가 몇 가지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당 대표가 있던 바른미래당에서 징계받은 것도 안철수 대표에 대해 매우 심한 말씀을 하셨다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가 나중에 녹취 파일이 나오면서...

이준석: “제가 안철수 대표한테 했던 발언은 사석에서 했던 발언이었고,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하면은 비읍 시옷 되는 거지’ 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저는 그게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안철수 대표가 저에게 공적인 관계에서 잘못했던 일도 있습니다.”


나 후보가 끄집어낸 ‘비읍 시옷’ 막말 사건은 지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후보는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2019년 3월 청년 당원 앞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비읍 시옷’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최고위원직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안 대표를 가리켜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을 썼다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직접 막말을 재연하며 “사석에서 했던 발언이었고,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이 후보와 안 대표의 악연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의 직접적 관계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 후보가 서울 노원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안 대표와 맞붙으면서 패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018년에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면서 한 식구가 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노원병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를 공천하려는 유승민계와, 이를 막으려는 안철수계 사이에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그 뒤로 이 후보는 이른바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을 자처하며 안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국면을 맞을 때마다 독설을 쏟아내 왔습니다.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와 안 대표 사이의 야권단일화 과정에서도 이 후보는 “‘안잘알’ 같은 경우에는 안 대표에게 전부 다 부정적이다”(지난 1월1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라고 말하는 등 연일 평가절하를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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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이준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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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걸림돌’ 공격 나와…‘제3지대’ 시나리오도


두 사람의 오랜 악연이 재소환 되면서,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가 약속한 합당은 국민의힘 당 대표 부재로 잠시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전날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주요 공격은 ‘합당 걸림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합당을 제안했던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옵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과 합당을 숙의하는 국민의당을 향해서 ‘소 값 잘 쳐주겠다’면서 조직과 돈을 가진 기득권이, 상대를 조롱하고 무릎 꿇게 하려는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데도 이준석 후보의 말처럼 사적인 관계일 뿐이어서 (합당에) 문제 없을까?”라고 썼습니다.

물론, 국민의당 내부에선 주판알을 튕기며 다른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 안팎에서 리더십 논란에 부닥쳐 흔들릴 수 있다→제1야당이 합당의 걸림돌이 되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이 ‘제3지대’로 이동하게 된다→그러면 국민의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와 같은 시나리오지요. 국민의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후보가 생각하는 합당 방식, 안 대표에 대한 개인적 감정은 실제 합당을 어렵게 할 것이다”며 “그러나 오히려 ‘합당 걸림돌’이라는 프레임이나 또는, 새 당 대표가 뽑히고도 국민의힘이 변하는 모습이 없으면 ‘혁신에 실패한 제 1야당’ 프레임을 통해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을 국민의힘에서 제3지대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국민의당이 원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이 후보의 대표 당선이 야권 재편에 악재일까요? 이 후보는 합당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며 우려도, 기대도 모두 일축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 “저는 몇 번에 걸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안철수 대표의 대선주자로서의 가치를 이해하기 때문에 정말 저는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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