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문 빅텐트 제 소명”

하태경 등 당내주자 띄워

윤쪽 “모든 선택 열려 있다”

주변선 입당 압박에 견제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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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윤석열 대세론’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반면, 하태경 의원 등 당내 후발 대선주자가 부상할 수 있다며 이를 “새로운 트렌드”로 치켜세웠다. 당 안팎의 다른 대선주자들도 키워 ‘원톱 윤석열’에 매달리지 않고 향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및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쪽은 ‘윤석열 대세론’과 거리를 두는 이 대표의 행보에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밀당’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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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사가들은 윤석열 전 총장의 반부패 이미지라고 하는 것이 자체 발광이냐 반사체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모순이 오히려 부각돼야만 윤 전 총장이 그런 빛을 발하는 상황이 된다는 건데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이란 어젠다를 밀어붙였던 시절에 비해서는 그런 이슈를 적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밀어붙이기식 검찰개혁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최근에 약간 덜 주목받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다만 속단하지 않는 게 문 정부에서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각광받는 대선주자가 조금씩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검찰총장 공정 어젠다가 대선까지 갈지 확신 못 한다”는 발언(<경향신문> 인터뷰)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이 대표는 최근 대선 출마를 시사한 하태경 의원을 거론하며 “여의도 정치권이 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저도 2030의 지지부터 시작해서 확장해 나가는 기회였을 텐데, 하 의원이 사실 2030으로 인해서 3년 동안 의정활동을 통해서 해 오신 일이 많다”며 “젊은 세대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번 튀고 이준석에 이어 하태경 의원까지 튀는 건, 박용진 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해 2021년 정치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본인처럼 20대 남성들의 ‘역차별 정서’를 대변해온 하 의원이 대선주자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원희룡 제주지사,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당 안팎의 대선주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들을 모두 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1야당 주도의 빅텐트를 쳐서 정권교체를 위한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풍성한 대선주자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와 맞설 빅텐트를 치는 것에 제 소명이 있다”며 “당의 중추이신 의원들이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가져주시면 다른 당과 협상할 때도 당밖 주자와 이야기할 때도 중심을 잡고 협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도의 야권통합과 외부 주자 영입을 위해 당내에서 힘을 모아달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도 ‘풍성한 대선주자들’ 중 1명이 되며 국민의힘 경선 일정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커지게 된다.

윤 전 청장 쪽의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차차 보면 아실 것이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세론’을 부정하는 듯한 이 대표의 기선제압 시도에 일단 정면대응을 피한 것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경선버스 정시출발론’에 대한 반발도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의 ‘대선수업’을 유튜브에서 전하며 교류해온 시사평론가 장예찬씨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 무의미한 소모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자체 후보들의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을 “버스비 두둑하게 낼 손님 한 명 없다”고 표현하며 “버스 먼저 출발하면 버스 기사가 손해”라고도 했다. 1위 대선주자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장나래 김미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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