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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슈 소비심리와 경제상황

‘억눌린 소비심리 터졌다’… 프리미엄 카드 무더기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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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 프리미엄 카드의 대명사였던 마일리지 적립 카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 자리를 고액 쇼핑·특급 호텔 숙박·골프장 이용 혜택을 강화한 이른바 ‘보복 소비’ 전용 카드들이 메우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에 불이 붙자 카드사들이 사용 금액이 많은 분야에 맞춰 연회비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은 덕이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업 카드사들이 내놓은 연회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카드는 모두 9종이다. 통상적으로 카드업계에서는 연회비 10만원 선을 프리미엄 카드와 일반 카드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달 30일 세계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글로벌 호텔 멤버십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인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내놨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26만7000원인 프리미엄 카드지만, 발매한 지 채 한 달 만에 지나기 전에 5000매가 넘게 팔렸다.

이 카드는 메리어트·웨스틴·쉐라톤 등 전 세계 7600여개 호텔에서 우대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하기만 해도 ‘메리어트 본보이 골드 엘리트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원래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매년 25박 이상 묵어야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골드 엘리트 등급 보유자는 호텔 객실 상황에 여유가 있을 경우 한 단계 높은 등급 객실에서 투숙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연 1회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호텔 애호가들 사이에서 엘리트 등급 숙박 실적은 연회비 이상의 혜택이라고 알려지면서 이용자 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움츠렸던 소비심리도 다시 살아났고, 요식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19 전과 비슷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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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신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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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지난달 3년 만에 새 프리미엄 카드를 선보였다. 연회비가 15만원인 ‘더 핑크’는 상품 테마가 ‘프리미엄 쇼핑’이다. 프리미엄 쇼핑의 대표 가맹점인 백화점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결제 금액 5%를 M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핑크 전용 M포인트는 바우처로 1대 1 비율로 전환해 신세계상품권 등으로 최대 50만원까지 교환 가능하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1년 만에 3만장을 발급한 직전 프리미엄 카드 ‘더 그린’과 비슷한 속도로 발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고급 패션 브랜드 ‘몽블랑’과 한정판 신용카드 ‘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 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롯데백화점 플렉스카드’에 몽블랑 브랜드 할인 혜택을 더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내 몽블랑 매장에서 결제하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패키지 상품에 이름과 이니셜 등을 새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20~30대 금융 소비자 비율이 30.8%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했지만 2030 MZ세대들의 명품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단종됐던 카드를 새롭게 선보이거나 이미 존재하던 카드를 혜택을 강화해 다시 선보인 곳도 있다. 삼성카드는 2017년 단종됐던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늄’을 지난 4월 재출시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 아멕스(Amex)와 제휴한 이 카드는 연회비가 70만원에 달한다. 연회비가 비싼만큼 국내 특급 호텔 50만원 할인 혜택이나 골프장 부킹 서비스 같은 차별화한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 외관도 기존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이용한 특수 소재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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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가 선보인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센츄리온 디자인'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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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는 ‘그랑블루 퍼스트’를 지난 2월 리뉴얼했다. 연회비가 10만원인 이 카드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이용 시 최대 2%를 적립해 준다. 전월 이용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골프 연습장과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카드사들의 잇따른 프리미엄 카드 출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소비가 고가품 구입이나 호텔 숙박 같은 보복소비로 분출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카드승인액이 올해 2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승인액은 올해 1월 1.9% 뒷걸음질친 이후 2월 8.9%, 3월 20.5%, 4월 18.3%로 두 달 연속 2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백화점 등에서 카드 소비가 급증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5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2로 전월대비 3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석 달째 기준치인 100을 넘기며 낙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정 금융개발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고, 이전과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면서 카드사들이 혜택으로 제공하던 공항라운지 이용이나 해외 쇼핑 할인, 글로벌 카드 브랜드 수수료 등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급감했다”며 “이렇게 줄인 비용을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사용해 평균 카드 사용금액이 많은 특정 소비계층을 잡으려는 카드사 경영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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