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전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 선수의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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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하다가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덴마크로 망명한 칼리다 포팔(34) 선수가 “선수들이 울고 있다, 그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호소했다.
포팔은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스포츠 및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잠을 잘 수 없고, 눈물을 흘리며 무기력한 상황”이라며 “선수들은 그저 울고 있고, 슬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포팔은 미성년자 시절 각종 핍박을 받으며 축구를 시작했다. 그의 노력 끝에 지난 2007년에는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도 만들어졌고, 포팔은 첫 주장을 맡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한 포팔은 자유를 위해 지난 2011년 조국을 탈출했고,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덴마크로 망명했다. 포팔은 이후 아프간 여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왔다.
지난 15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의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한 상황이다. 탈레반이 떠나간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크게 개선됐지만, 탈레반의 재집권에 따라 과거로 후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팔은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남아 있는 (여자 축구) 선수들이 울면서 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선수들은 그간 반대해 왔던 이들이 문 바로 앞에 와 있고, 숨을 쉴 수조차 없다고 한다. 그들은 ‘너무 두렵고, 아무런 보호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칼리다 포팔 선수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가지 스타디움에서 촬영한 사진. 칼리다 포팔 선수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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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팔은 “아프간 선수들은 ‘우리는 버려졌고, 집에 갇히게 됐다’고 말한다”며 “모든 꿈은 사라졌고, 악몽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쇼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포팔은 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닫기로 했고, 선수들에게도 SNS 내용을 삭제하라고 조언했다. 대표팀을 거쳤던 전·현직 선수들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포팔은 “우리는 여성과 소녀들에게 당당히 맞서서 용감해지라고 격려했었다”며 “이제는 사진을 내리고, SNS 계정을 닫으며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그간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 왔지만, 이제 그들의 목숨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포팔은 “신원이 노출된 여성들을 보호해 달라, 선수들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청했다. 아울러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했을 때 여성들은 희망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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