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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다시는 못 볼지도”…여학생들과 작별 인사한 아프간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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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이 폐쇄된 학교를 찾아온 모습./마즈 하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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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이 안전상 이유로 폐쇄된 학교를 찾아간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계 라디오 진행자 마즈 하킴은 16일(현지 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전상 이유로 폐쇄된 학교 사진”이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학교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학교가 폐쇄됐는데도 학생들이 나타났다”며 “선생님들은 더 이상 학교에 오지 못할 여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력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마즈가 올린 이 사진은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됐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생님들이 여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이유는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후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안전과 권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탈레반은 과거 아프간을 집권했던 5년(1996년~2001년)동안 여성들의 권리를 억압해왔다. 당시 탈레반은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 없이 외출하는 것을 금지했고, 도덕 규범을 위반하는 여성을 공개적으로 채찍질하기도 했다. 여성이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는 것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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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를 입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미국 국제개발처(U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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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탈레반이 무너진 이후 약 20년 동안 아프간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7억8000달러(약 8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 결과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를 얻었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활발해졌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이 2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최근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선 이미 과거 탈레반 집권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언이 전해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교 정문을 지키고 있던 탈레반이 여학생과 여선생님들의 출입을 금지시켰고 여성들의 병원 치료가 제한됐다. 이런 가운데 폭스뉴스는 탈레반이 억압을 상징하는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는 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마즈는 아프가니스탄계 호주인으로 두바이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여러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또 카불 공항에서 빚어진 시민들의 대탈출 현장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영화가 아니라 어젯밤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혼란”이라며 “이런 혼란 속에 갇힌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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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탈레반에 의해 사살된 한 여성의 시신을 부모가 껴안고 있다/폭스뉴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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