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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휴대전화 수색·공무원 색출···부활하는 탈레반 공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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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통제' 강화하는 탈레반

아프간 인구 60%는 20대 이하

서구화된 청년층 '본보기' 될 가능성

유엔·구호단체는 공격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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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를 설치한 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전역을 통제하고 있는 탈레반의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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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티스탄(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강압적 통제가 점차 강화하는 모양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수도인 카불 시내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휴대전화와 신체를 수색하는 한편 폭행을 가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목격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시민들이 탈레반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으며, 일부는 일체의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자택 지하실에 숨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탈레반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측에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안전 통행’을 약속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10·20대 젊은층이 '타깃' 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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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하며 정권을 빼앗은 이후 아프간 국민들을 상대로 한 내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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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프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보복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들도 이어지고 있다. 탈레반은 기존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검문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주소지에 찾아가 직접 집안을 수색하고 있다고 한다. 무력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탈레반에 대한 거부감과 반감을 억누르는 한편, 국가를 장악하기 위해 국민들을 한층 강하게 옥죄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단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탈레반이 향후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지금보다 잔혹한 무력 사용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층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로 아프간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프간 국민의 60~65% 가량은 20세 이하 인구로 추정된다.

이는 즉, 아프간 국민 열 명 중 여섯명은 20여년 전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던 시절의 ‘암흑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란 의미다. 탈레반은 1996년 당시 아프간 내전을 종식하고 정권을 수립했으나,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다 미국에 의해 정권이 붕괴했다.



인권의식 높아지고 서구화된 아프간 청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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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부를 장악한 탈레반 병력들이 과거 정부군이 몰던 차량을 탈취해 거리를 달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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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태호 주아프간 한국 대사는 18일 “아프간의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서구 문명에 친숙하고 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그간 한국과 우방국이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 문제에 많은 돈을 지원한 결과 여성에 대한 인권 의식이 많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강압적 통제가 아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민중 봉기 등의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교가에선 탈레반이 과거처럼 국제사회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투쟁할 가능성은 신중하게 보고 있다. 일례로 탈레반은 아프간 전 지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유엔을 포함한 구호 단체는 공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장악하기 위해 내전을 불사하는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의 갈등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탈레반은 오히려 아프간 지방 곳곳에 설치된 구호단체·국제기구 분소들을 보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한다.



"전쟁 같은 상황" 필사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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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 망명하고 탈레반의 집권이 확실해지자 카불공항은 몰려든 탈출인파로 혼잡을 이뤘다. 일부 군중들은 민간공항과 붙어있는 군 공항으로까지 넘어가 활주로를 장악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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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태호 대사를 포함한 3명의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17일 아프간을 탈출하기 직전까지 우방국의 협조 하에 카불 군 공항 내부에 위치한 숙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프간에 남아있다 최 대사 일행과 함께 우방국 수송기를 통해 카불을 빠져나온 교민 한 명은 군 공항 내 대합실에서 대기했다.

최 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15일 저녁부터 민간 공항으로 (아프간) 군중이 들어와 활주로를 점검하고 민간 항공기에 매달리는 등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계속 총소리가 들리고 우방국의 헬기는 공항 위를 맴돌며 상황 경계를 하는 등 흔히 영화에서 보는 전쟁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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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 모습. 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비행기에 탑승한 아프간 시민만 640여명이라고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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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6일 공항 주변의 상황이 오히려 악화했다.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군 공항까지 넘어와 활주로에서 군용기에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당초 이날 오후 3시에 출발하는 군용기를 타고 카불을 빠져나가려던 우리 교민은 다시 공항 대합실로 되돌아와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최 대사는 “17일 새벽 1시부터 (공항에) 지원군이 도착해 현장 정리를 하고 군 활주로까지 들어와 있던 군중들을 밀어냈다”며 “교민을 보호할 겸 (대사관 직원들도) 같이 빠져 나가는게 좋겠다 생각해서 (외교부) 본부에 허가 요청을 해서 승인받은 뒤 새벽 3시쯤 수송기를 타고 아프간에서 빠져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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