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탈레반이 아직 아프간의 3번째 도시 헤라트를 장악하기 전, 총을 든 여성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 팔리자 발로는 여성들의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헤라트에 있는 여성들이 탈레반에 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흘 뒤 탈레반은 헤라트를 장악했다.
아프간 기자 마리암 나바비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탈레반이 헤라트를 점령한 후 여성 학생들과 교수들이 캠퍼스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전했다. 이슬람 시각의 방송 알자지라 역시 이날 “헤라트의 학교가 2주 만에 문을 열며 여성 학생들이 히잡을 쓰고 등교했다”면서도 “여성들에게 앞으로 닥칠 일은 불투명하다. 여전히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는 여성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카불의 여성들도 나섰다. 팔리자 발로는 “18일 이 용기있는 카불의 여성들은 정치적, 사회적인 권리를 위해 항의했다”며 34초 분량의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는 히잡을 쓴 여성 4명이 거리에서 종이를 든 채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그들 주변에는 총을 든 탈레반 남성들이 감시하듯 서성이고 있다. 총을 들지 않은 다른 남성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이 남성 없이는 거리를 다니지도 못하게 했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막았다. 위반한 여성들에게는 공공장소에서 돌로 치는 형벌을 가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독려한다고 했으나 전혀 다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라디오 진행을 해온 여성 샤브남 다우란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집에 가라”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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