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자리파 가파리(29).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23일 독일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Zarifa Ghafari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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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한 날 “나는 (이곳 카불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던 아프간 최연소 여성 시장이 독일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은 자리파 가파리(29)가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후 파키스탄을 거쳐 23일 독일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 도착한 직후 가파리는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를 비롯해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구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독일에 이민 온 것이 아니다. 집 밖으로 외출이나 출근조차 할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탈레반에 핍박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파리는 2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아버지가 탈레반에게 살해당했으며 나 또한 여러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군 철수에 대해 “최악의 결정”이라며 “아프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많은 아프간 시민들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가파리는 2001년 탈레반이 퇴각한 미군 주둔 아프간에서 교육의 기회를 누린 젊은 아프간 여성 세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아프간 팍티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도 펀자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2014년 그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 시민 단체(NGO)를 설립해 여성 인권 운동을 했다.
2018년에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그를 마이단샤르 시장에 임명해 아프간 역사상 최연소 여성 시장이 됐다. 이후 2019년 그는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들었고, 지난해엔 미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받았다.
가파리는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에 진압한 날, “나는 그들(탈레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나 내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을 찾아서 죽일 것”이라며 “나는 내 가족을 떠날 수 없다. 내가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후 연락이 끊겼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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