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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與 '입법폭주' 여론에 언론중재법 숨고르기…본회의 상정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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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언론규제법 강행 논란 ◆

매일경제

여야 원대대표가 30일 밤 10시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4차례에 걸친 회동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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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규제법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던 집권 여당의 '입법 독주'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정의당까지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의 원로들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자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8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당초 목표가 이뤄지지 않고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다만 여당이 하루 정도 시간을 끌고 31일 다시 언론규제법 강행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해 국민의힘에 수정안 제시 등 심야까지 수차례 양당 협상을 이어갔지만 최종 합의 도달에 실패했다. 양당은 31일 오전 10시에 다시 만나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양당이 이날까지도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에 추가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4차례 회동을 하고 언론법 처리 여부를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오후 4시, 오후 5시 10분, 오후 7시 30분, 오후 9시 8분 국회의장실에서 세 사람이 모였고, 중간중간 각 당에 돌아가 협상 상황을 공유한 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만남에선 한 시간 정도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동 종료 후 윤 원내대표는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열리기 어렵게 됐고, 양당이 조금 새로운 제안을 각각 내놓았기 때문에 각 당에 돌아가 당내 의견을 청취한 뒤 31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협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 당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양당 원내대표는 송영길 민주당·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을 만나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날 예정됐던 송 대표와 이 대표 간의 언론법 관련 TV토론은 취소됐다.

관건은 양당이 마지막 제시했다는 수정안이 각 당 내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 여부다. 이미 이날도 수정안이 오갔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앞서 민주당은 협상 도중 개정안에서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국민의힘에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거부했다. 언론법 개정안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독에서 한 숟가락 분량만큼 빼봤자 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거세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법안 처리 명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송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절대 독단적으로 뭘 하지 않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당내외 인사·단체를 잇달아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송 대표가 진행한 당 상임고문인 김원기·임채정·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인태 전 의원과의 차담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현 지도부의 방식에 반대 의견을 냈다. 문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쥐 잡다가 독을 깬다. 소를 고치려다 소가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언론개혁은 해야 하지만 언론중재법은 보완, 숙의, 사회적 합의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 전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180석의 위력을 과시하고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4월 7일 (재·보궐선거)에 심판받은 것 아니냐"며 "4월 7일 밤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측과 간담회 후 "(두 단체에서) 일부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 전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두관·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현 정국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 이런 흐름과 별개로 민주당 내부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의원총회에서도 법안 처리 의견을 지지하는 쪽이 훨씬 많았다. 개정안이 상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반대 의견을 반영했으니 본회의 의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주를 이뤘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 소수지만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법안 취지에 동의하지만 현재 강행할 경우 역풍이 우려돼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의총에선 9월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규제, 포털 뉴스사업자 공정성 강화 관련 법안을 함께 묶어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채종원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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