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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대응에···여야 ‘언론중재법’ 주장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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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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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개혁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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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언론중재법 개정 찬성·반대 주장이 언론 보도로 제기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 보도를 강조한 여권은 자신들에 유리한 윤 전 총장 의혹에는 신속 보도를 강조했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한 윤 전 총장 측은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한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여권 강경 개혁파 의원 모임 ‘처럼회’와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런 충격적인 기사에도 메이저 언론에서 기사를 왜 안쓰는지 알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윤 전 총장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기사가 나온 당일 주요 언론이 곧바로 관련 보도를 이어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최 대표 발언은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다며 언론의 신중한 사실 확인 보도를 강조한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상 열람차단청구권 도입 취지와 관련해 “(언론이) 대상자에게 물어보고 크로스체크하며 기사를 더 신중하게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이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정·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해당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인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보도라도 별도의 검증 없이는 인용하지 못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여권이 지금 상황을 통해 스스로 발견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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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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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언론재갈법’이라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비판했지만 윤 전 총장 의혹 보도에는 ‘재갈물리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전날 <뉴스버스> 보도에 대해 “명백히 허위보도이고 날조”라며 “가짜뉴스로 윤석열 후보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뉴스버스에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라며 “문재인 정권표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전날 T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직접 언론에 재갈 물리는 법을 만들면 안된다고 얘기했는데, 비판 보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한다는 건 좀 모순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비판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언론사에 대한 기존 소송건을 묻는 질문에 “기존 법에 따라 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은 이러한 윤 전 총장 측 대응을 역으로 활용해 언론중재법 개정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이 언론 재갈물리기를 하는 이런 사람(윤 전 총장)을 옹호하면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을 저지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도 “가짜뉴스피해구제법 반대 논거였던 권력 감시 기능 저하 우려에 대한 주장들이 진정성 있으려면 이 사건을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언론 보도 피해구제를 얘기하면서도 확정되지 않은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윤 전 총장 측은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결국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의 주장 모두 이율배반적이며 진정성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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