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2022년 5월22일 새벽 30대 남성 이모씨가 부산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여성 김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폭행하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한 사건이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범행 장면이 여과 없이 보도돼 시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 이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만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부산고법 항소심에서 강간 혐의가 추가돼 20년으로 형이 늘었다. 문제는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를 피해자 김씨가 간난신고 끝에 직접 밝혀냈다는 점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 모습에선 성범죄를 당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은 체내 검사나 바지의 DNA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충격으로 기억상실 장애까지 겪은 김씨는 스스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 성범죄 혐의를 입증한 DNA 재감정도 김씨의 끈질긴 요청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손 판사는 “사건 당시 원고(김씨)의 상태를 보면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됨에도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경찰을 질타했다. 이어 “범인이 원고에게 가한 성폭력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손 판사는 다만 항소심에서 뒤늦게나마 공소장이 변경된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1500만원으로 정했다.
이번 판결은 형벌권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피해자 보호도 방기한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 경찰은 ‘단순 과실’이라고 얘기하지만, 범죄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특히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수사는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와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범죄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산고법 전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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