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여야 8인 협의체의 상견례 겸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교수, 김용민,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추천 김필성 변호사와 국민의힘 추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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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한 여야의 8인 협의체 협상이 26일 최종결렬됐다. 여야가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27일을 하루 앞두고 성과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을 두고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여야의 논의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밤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8인 협의체는 이날 국회에서 11번째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할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이날까지 논의케 하고 개정안을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8인 협의체는 여야 의원 2명, 여야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 4명으로 이뤄졌다.

이날 8인 협의체에 속한 김종민·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날 마지막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 했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그간의 논의 내용을 양당 원내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에 대한 양당 간의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며 “(27일 본회의 상정 여부는)양당 지도부의 협의에 달렸다”고 말했다.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첫 번째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의 범위다. 당초 민주당은 손해액의 5배를 주장했지만 “5000만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의 배상액 중 높은 금액”으로 낮추는 대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쟁점은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이다. 당초 열람차단청구 대상에 대해 언론 보도가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세 가지로 규정됐다. 민주당은 이 중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기사 열람차단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대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경우 ‘재산상 손해’와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구분해서 정확한 손해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조항 역시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조항 자체가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마지막 회의에서 중재안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27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언급함에 따라 법안 논의 기한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대통령 전용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관해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과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저녁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여야가 개정안 본회의 상정 여부를 두고 격렬하게 대치하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해 여당 지도부에 야당과 추가 논의를 해 달라고 설득한 바 있다.

민주당 윤호중·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박 의장은 27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8인 협의체에 참여한 여야 의원 등을 불러 최종 합의를 시도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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