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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박사방' 조주빈의 징역 42년형 확정이 갖는 의미[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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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플랫브리핑] ‘박사방’ 조주빈의 징역 42년형 확정이 갖는 의미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징역 42년형이 확정됐다. 조주빈은 강제추행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어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수 없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범죄단체조직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강제추행, 살인예비, 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와 조씨의 공범 등 5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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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범죄단체조직죄 성립이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조씨 등에 대한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조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주빈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과 관련자들에 대한 형량도 원심 선고대로 확정됐다. 전직 공익근무요원 A씨는 2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 B씨는 2심에서 징역 13년을, 박사방 유료회원인 C씨와 D씨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이 선고됐다. 운영자인 이모군(대화명 ‘태평양’)은 지난 8월 상고를 포기해 장기 10년·단기 5년의 징역형이 유지됐다.


 ‘박사방’ 조주빈, 징역 42년형 확정...형량 추가 가능성


조주빈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 청소년 등 여성 피해자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서 이를 판매·유포하고,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같은 혐의에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이후 조씨는 1억여원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2심은 두 사건을 하나로 병합해 재판을 진행했고 42년형을 선고했다.



조주빈 42년형이 갖는 의미는



조주빈이 받은 형량은 이례적으로 높은 편이다.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이고, 가중사유가 있을 경우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조주빈 일당을 ‘범행을 목적으로 조직·활동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적극적 법해석에 따른 결과다.

이른바 n번방으로 불리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더 이상 개인의 일탈 정도로 보지 않고, 조직적 인권 유린 범죄로 엄단하겠다는 사법부의 무관용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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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 등의 항소심이 열린서울 서초구 서울 지방법원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박사방 2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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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측은 박사방을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9년 9월 ‘시민’ 이상 등급만 들어갈 수 있는 ‘시민의회’ 방이 개설됐을 때부터 성취물 제작·배포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형성됐다고 봤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조주빈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면서 1심보다 3년을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수, 피해 정도 등을 볼 때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장기간 수형 생활을 하는 동안 교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피고인 아버지의 노력으로 항소심에서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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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대응 공동대책위원회는 항소심 직후 기자회견에서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행한 범죄가 여성폭력임을 명백히 함으로써 최소한 감형만은 없어야 했다”며 감형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n번방 이후의 움직임들



조주빈의 형량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건만남을 시켜주겠다며 여성들에게 접근해 강제추행하고 나체 사진을 전송하게 한 혐의로 지난 4월 추가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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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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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인 변화도 있었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양형 기준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롭게 확정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경우 최소 10년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피해자에게 자살, 자살시도, 가정파단, 학업중단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는 ‘특별가중인자’로 둬서 가중처벌하게 하고,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경우엔 ‘특별감경인자’로 둬서 감형하도록 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대한 감경인자 반영 정도도 축소됐다. 시민들이 양형위원회에 전달한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판단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비판을 법원이 의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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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변화만으로 뿌리 깊은 범죄를 일거에 없애기는 쉽지 않다. 소수의 범죄자만을 악마화하는 분풀이식 처벌이나 들쭉날쭉한 수사와 판결로는 범죄를 효과적으로 막기 어렵다. 디지털 성폭력은 여전히 여러 플랫폼에서 계속되고 있다. n번방에 맞서 싸워온 여성 단체의 활동가들은 바뀐 제도가 잘 정착하는지도 살펴야겠지만, 결국은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n번방 그 후]①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조건 사냥’

 [n번방 그 후]②‘갓갓’은 10대 피해자들에게 “엄마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 [n번방 그 후]③여전히 그들은 조언과 요령을 공유하며 성착취물을 사고판다


박용필 기자 phil@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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