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사태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요소수는 발암물질이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물질이다. 국내 요소 사용량의 절대다수 수입원이던 중국에서 요소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기 시작하자 한국까지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국내 요소수 시장 1위인 롯데정밀화학은 요소수 재고량이 이달 말이면 소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품귀 위기 전 10리터당 1만원 내외였던 요소수는 현재 10만원을 주고서도 구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요소수 품귀가 닥칠 시 시멘트·레미콘업체들도 직격타를 맞는다

부산 사하구 한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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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천연 석회석을 소성로에 넣어 초고온으로 가열해 시멘트의 원료인 클링커로 가공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질소산화물을 요소수를 뿌려 제거하고 있다. 그래서 요소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질소산화물이 그대로 배출돼 환경 규제에 걸릴 수 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요소수는 전략물자가 아닌 소모품이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었기에 별도의 재고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기저기서 요소수 재고가 간당간당하다는 비명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소수가 바닥나면 시멘트 소성로 가동도 어려워져 시멘트 생산에도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그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재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4일 시멘트업계 등 주요 요소수 사용업계의 요소수 재고량을 파악해 산업량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요소수 재고량을 조사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만약 차량용으로 전환한다면 시멘트업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그는 “업계나 협회 차원에서도 요소수 확보 수단이 전혀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며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요소수 가격에 유연탄 가격 급등까지 비용 부담은 늘어났지만, 시멘트 가격에 반영할 수는 없어 시멘트업계가 온전히 손해를 떠안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제조공정뿐 아니라 시멘트 수송용 트럭인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나 레미콘 운반 차량에도 요소수가 사용된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이들 차량은 디젤엔진으로 가동하는데, 지난 2015년 이후 모든 디젤 차량에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설치돼 요소수 투입 없이는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운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SCR을 켜지 않고 운행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차량에는 해당되지 않고 일부 차량에 국한되며 그나마도 엔진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2015년 이후 디젤 차량이 요소수없이 정상 운행하기 위해서는 SCR 제조사의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벌써 일부 BCT의 경우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소수 때문에 공급도 운반도 모두 막혀 건설 현장이 올스탑(All stop)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운반 차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까지 운영하는 일부 레미콘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레미콘 운반 차주들이 직접 요소수를 조달하고 있다”며 “요소수의 비용이 오른 것은 차치하고 구할 수가 없어 운반 차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운반 차주들이 요소수 확보나 비용 지원을 레미콘업체에 요구하게 된다면, 대다수 영세 레미콘업체들로서는 비용부담에 납품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건설 현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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