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코로나 이후 58% 감소
판매 수익 기대는 판매원들 생계 곤란
김성우(77)씨가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2번 출구와 3번 출구 통로 사이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김씨 앞에 빅이슈 신간이 놓여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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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14일 저녁 8시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2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 지하 통로에서 빅이슈 판매원 김성우(77)씨가 손님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잡지 판매를 시작한 김씨가 5시간 만에 만난 첫 손님이었다.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 잡지 판매량이 코로나19 이후 절반가량으로 줄면서 빅이슈 판매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수익의 50%를 본인의 자립활동 지원 비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판매량 감소는 생계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14일 저녁 6시40분부터 밤 10시까지 <한겨레>는 김성우씨의 빅이슈 판매에 동행했다. 이날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비가 오면서 김씨가 자리 잡은 지하철 통로에 차가운 바람이 그대로 들이쳤다. 김씨는 두꺼운 옷을 세 겹 껴입고 빨간색 빅이슈 조끼에 털모자까지 갖췄지만,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꿋꿋이 자리를 지켰지만 손님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요즘엔 많이 팔아봤자 하루 대여섯 권 정도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한두 권만 팔리기도 해요. 코로나가 지나가면 좀 나아지겠죠.” 그는 금세 식어버린 핫팩 두 개를 양손에 꼭 쥐었다.
그는 2018년 암으로 아내를 사별한 뒤 몇 년간 고시텔 여러 곳을 전전했다. “아내 항암치료에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나마 지금은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반지하 원룸을 얻었는데, 비가 오면 벽에 물이 줄줄 새요. 오늘도 걱정이네.” 그가 우산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씨는 치과기공소 일, 기계 수리, 조경 등 먹고살기 위해 여러 일을 했지만 지난해 위암 판정을 받아 위 절제 수술을 받은 뒤 하던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 무료 급식소에서 우연히 빅이슈 홍보물을 보고 지난 7월부터 판매원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하루 20권가량 팔리는 날도 종종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면서 판매도 줄었다. 그는 노령연금과 잡지 판매수익, 빅이슈의 주거지원금으로 한달을 버틴다. “요즘엔 말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요. 병원도 계속 다니고 있으니까 판매수익으로 병원비나 식비를 다 써야 하는데, 수익이 너무 적어져서 힘드네요. 그래도 잡지가 좀 팔릴 때는 생활비 정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빅이슈코리아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 빅이슈 판매원을 통해 판매된 잡지는 한 호당 평균 7921권이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는 잡지 한 호당 평균 3360권 판매돼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58% 감소했다. 이선미 빅이슈코리아 판매팀장은 “거리두기 강화 등의 지침이 나오면 판매량이 더 줄어들고, 이를 판매원들도 체감한다”며 “하루 평균 20권씩 팔리던 지하철역도 요즘에는 10권이 안 팔리는 상황이다. 판매원이 절반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익이 크게 줄자 빅이슈코리아는 현재 내년 잡지 제작을 위해 처음으로 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모금 설명에서 올해가 판매원들에게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라고 했다.
김씨는 그래도 거리에 다시 나온다. 빅이슈 판매원 일을 시작한 이후 다섯달째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잡지를 사면서 핫팩이나 군고구마 등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단골도 생겼다. 이날도 한 단골이 “오늘도 고생하셨다”며 인사를 건네자 김씨는 “지난번 호두과자 잘 먹었다”고 답했다. “내 인생 마지막 직업으로 생각하니까 최선을 다할 겁니다. 꾸준히 하면 단골도 더 많이 생기고, 내년엔 하루 20권씩 팔지 않겠어요?” 김씨가 오늘 판매를 위해 챙겨온 40권 중 39권을 도로 가방에 넣고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손님이 찾아왔다. “10시까지 있길 잘했죠?”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김성우(77)씨가 추위를 막기 위해 털모자와 워머 등을 착용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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